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4-30 10:00:10, Hit : 4710, Vote :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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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 만발하고 벚꽃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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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만발하고 벚꽃 피고,

남쪽보다 한 달은 늦게 매화가 만발했다.
두 그루 매화는 저마다 성질이 다른지 닷 새 간격으로 피더니
한 녀석은 지고 한 녀석은 이제야 한창이다.
매화꽃에서는 진한 꿀냄새가 맡아진다.
올해는 양봉 열 다섯 통을 새로 들여놓았으므로 꿀냄새를 맡은 벌 덕분에
매실이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
지각생인 창문 밖 홍매는 어제부터 새빨간 꽃망울을 열었다.
벚나무는 오늘에서야 꽃을 내밀기 시작했다. 남쪽보다 무려 보름이나 늦어
해마다 나는 벚꽃놀이를 가장 길게 하는 셈이다.
‘나의 비밀의 정원’에서는 ‘벙어리뻐꾸기’가 울어야 벚꽃이 핀다.
그러면 매화도 피고 산복숭도 핀다. 샘통에 사는 팥배나무는 하얗게 눈꽃을
덮었지만 법당 옆에 사는 털야광나무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며칠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취나물 잎도 손바닥 크기로 불쑥 자랐고
더덕순도 두룹도 한뼘이나 자랐다. 씀바귀나 오갈피 잎도 뜯어먹을 만하게
자라 한동안은 끼니마다 성찬을 이룰 것이다.
살진 돌나물도 무리지어 돋았다. 물김치를 만들어 먹거나 양념에 무쳐
먹으면 풋풋한 향기가 입 안에 가득하겠다.  
나물 캐는 사람들도 시골 사람 다르고 도회지 사람 다르다.
시골 사람들은 한두 끼 먹을 만큼만 가져가지만 도회지 사람들은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숲을 뒤지고 다니며 어린 것들 뿌리까지
싹쓸이로 채취해 간다. 자주 나오지 못하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식물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간밤에는 천둥 번개와 함께 흠뻑 비가 내렸지만 그 동안 워낙 가물었던
탓인지 계곡물이 흐를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물을 먹은 숲은 연두색 뭉게구름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하루 이틀 사이에 숲이 어두워졌다.
큰괭이밥, 생강나무, 현호색, 별꽃, 제비꽃, 족도리풀은 거의 같은 시기에
개화했고 요즘은 진달래가 만발이다.  
슬슬 노란 꽃잎을 내미는 피나물꽃을 선두로 민들레, 벌깨덩굴, 천남성,
홀아비꽃대, 지장보살, 등대풀, 미치광이풀이 뒤를 이어 4월의 꽃들은
거의 모두 존재를 드러내게 된다.  
노란 꽃다지 하나는 법당 올라가는 계단 밑에 간신히 피었다.
그러나 키 작은 꽃다지도 혼자 있을 때는 볼품없지만 무리지어 피면
장관을 이룬다. 신병 훈련소 담장 밖에 노란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처럼 핀
꽃다지밭은 훈련으로 고단한 병사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앞마당의 금낭화도 줄줄이 꽃주머니를 매달았다.  
금낭화의 출생지가 원래 야생이라는 것도 나는 이 골짜기에
와서 처음 알았다. 골짜기 이곳저곳에는 마치 누군가 일부러 심기라도
한 것처럼 금낭화가 꽃을 들고 서서 아침마다 나의 산책을 환영한다.

바람이 부나 싶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
오늘은 또 어떤 꽃이 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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