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5-30 16:11:34, Hit : 4472, Vote : 1134
 DSC_4907_2.jpg (101.9 KB), Download : 48
 2011년 여름새들이 모두 돌아왔다.



2011년 여름새들이 모두 돌아왔다.

한낮 기온이 영상 30도 가깝게 올라갔다. 오월 말 기온 치고는 가히
한여름을 무색케 하는 더위가 기습적으로 몰려온 것이다.
덕분에 숲은 녹음이 짙어져 열 걸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녹음이 짙어지면서
내가 좋아하는 별미 산야초도 풍년이다.
아침 산책길에 재수 좋으면 더덕도 한 뿌리 캘 수도 있다.
더덕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으면 괜찮을 텐데 사람이 지나가면
더덕 특유의 진한 향기를 내뿜는 바람에 그 존재가 금방 드러난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너무 튀게 드러나면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뻔한 진리’를
더덕을 캐며 배운다.  
더덕 뿌리의 쌉싸름한 맛은 미각을 돋우고 구미를 당기게 하지만
줄기에서 풍기는 진한 허브향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신비로운 향신료다.  

오늘 아침에는 내가 ‘여름국화’ 로 부르는 ‘마가렛’ 몇 송이가 피었다.
붓꽃도 활짝 펼쳐졌고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만 원에 세 개 사온 ‘라벤다’도 꽃을 피웠다.
불행히도 마가렛은 풍성한 꽃에 비해 향기가 미미하다. 라벤다 향도 더덕에 비하면
쨉도 안 된다.  
아카시아꽃도 활짝 폈다. 아카시아 향은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바람에 실려
코 끝으로 배달된다.    

요즘은 더덕 뿌리와 줄기, 취 잎과 씀바귀 잎, 뽕나무 어린 열매와 잎을
가위로 잘게 잘라 요쿠르트와 우유를 넣고 믹서기에 넣고 갈아 마시는
나만의 아침 별미를 즐긴다. 풀 냄새가 날 것도 같지만 요구르트와 우유가
풀냄새를 중화시켜 고소하니 먹을 만하다. 우유 대신 두유를 넣어도 좋다.
우리 밥상에 매일 오르는 반찬은 짜고 맵다는 게 흠이다.
반찬으로 김치 하나만 먹어도 하루 염분 섭취량이 족할 텐데 반찬이라는 반찬이
하나같이 소금과 고춧가루로 간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반찬을 먹다보면 염분을
과다섭취하게 마련이다.
음식은 양념맛이라고 하지만 채식동물이나 곤충의 애벌레가 먹는 걸 보면
습관이 돼 그렇지 우리가 먹는 음식도 양념이나 간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일찍 번식을 마친 몇 군데 박새와 곤줄박이 둥지는 벌써 비워졌고
또 몇 군데에서는 어미새가 드나들 때마다 새끼들 먹이 보채는 소리가 듣기 좋게
새 나온다. 흰눈섭황금새도 포란 중이다. 암수가 교대로 포란하는 새들도 있지만
흰눈섭황금새는 암컷이 포란을 전담한다. 수컷이 둥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거의
하루 종일 우는 건 암컷이 포란 중이라는 뜻이며 수컷이 울음을 멈추면 새끼들은
알에서 나오고 육추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황금색 수컷이 창가에 다가와 밖에 안 나오고 뭐하시냐며
말을 붙이고 있다.)
암컷은 내가 둥지 밑을 지나갈 때는 가만히 있다가도 ‘흰눈섭 잘 있니?’ 하고
말을 붙이면 어김없이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일전 대구mbc에서 와 하늘다람쥐 촬영을 할 때도 그랬다.
하늘다람쥐 둥지에 먼저 가 노크해보라고 했지만 다른 데로 갔는지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고 전화가 왔다. 그런가 하고 갔다가 톡톡 노크를 하니 녀석이 나무 구멍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사귀어온 때문일까, 녀석들은 내 목소리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는 게 분명하다.

5월 18일에는 파랑새가, 20일에는 호반새가 돌아왔고 26일 속독새를 끝으로
여름새들은 거의 돌아왔다.
특별한 일도 일어났다. 팔색조와 휘파람새가 처음으로 찾아온 것이다.
팔색조는 5월 24일부터 울기 시작했고 5월 26일에는 휘파람새가 울기 시작했다.
녹음된 자료로 팔색조 울음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팔색조 울음소리가 틀림없었다.  
습한 골짜기에서 울던 녀석은 나의 ‘친견희망’을 아는 듯 가까이 다가와 울어 주었다.
나는 울음소리를 채집할 요량으로 녹음기를 챙겨들고 나갔는데 새는 나를
골짜기 너머까지 유인한 후 모습을 감추었다. 기진맥진 돌아왔더니 새는
먼저 와 울고 있다. 새가 나를 골짜기 너머로 유기하고 달아난 것이다.
휘파람새 울음소리는 꾀꼬리가 우는 것으로 착각했다. 휘파람새가 울 리 없다고
예단했기 때문이다. 꾀꼬리로 오인한 나는 쌍안경을 들고 ‘검색’해 보았지만
소리는 지척에서 들리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녀석의 존재가 꾀꼬리가
아니라 휘파람새라는 걸 알아차렸다.

남쪽에서만 번식하던 녀석들이 찾아온 건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기후변화의
원인이라고 하니 반가운 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하기야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므로 지구의 기후 역시 한결 같으란 법은 없으니까.

사람 발길이 뜸한 골짜기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3층으로 된 계단식 수리부엉이 둥지를
발견했다. 인기척에 어미는 훌쩍 자리를 피했지만 서글서글하고 인물이 훤한
한 녀석이 내려다보고 있다. 어린새로 보이는데 그렇게 준수한 얼굴은 본 적이
없어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생명체처럼 환희롭게 느껴졌다.
수리부엉이를 촬영하기 위해 둥지를 가리고 있는 나무를 잘라낸 몰지각한 사람 얘기가
아홉 시 뉴스에까지 등장했다. 나무를 잘라낸 작자는 수리부엉이가 안전하게
둥지로 오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궤변까지 늘어놓는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먹이 사냥터에서 먼 깊은 골짜기에는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까닭에 인적 없는 깊은 골짜기로 둥지를 정한 모양이다.  

인간의 빗나간 경쟁심과 이기심이 이렇게 자연을 멍들게 하는 것이다.
취미생활을 하는 건 좋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대상이 있다면 그 취미는
선의의 취미가 아니라 악취미가 되는 것이며 교만이다.
취미생활은 인간이 보다 인간다워지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새가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소리가 목에서 나오는 사람과 달리
새는 가슴으로 우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가 가슴으로 울다니,
우는 것도 인간보다 한 수 위다.

사진 / 둥지를 탐색하는 파랑새 한 쌍.





1217   자식들은 들으라,  도연 2011/07/10 3692 918
1216   둘째 형수님, 섬마을 선생을 따라 갔네.  도연 2011/07/02 4221 873
1215   벌들아 꿀벌들아,  도연 2011/06/23 4241 881
1214   도연암 꿀 수확 시작했습니다.  도연 2011/06/13 4096 932
1213   새들은 속속 둥지를 떠나고, 나도 멀리 여행 다녀오고,  도연 2011/06/12 4273 967
  2011년 여름새들이 모두 돌아왔다.  도연 2011/05/30 4472 1134
1211   ‘꾀꼬리’도 오고 ‘뻐꾸기’도 오고,  도연 2011/05/20 4276 1006
1210     영도 다리밑 점집 풍경,  도연 2011/06/01 5199 1195
1209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잘 마쳤습니다.  도연 2011/05/12 4297 975
1208   오월은 푸르구나!  도연 2011/05/07 4071 1049
1207   매화 만발하고 벚꽃 피고,  도연 2011/04/30 4935 1207
1206   하늘다람쥐, 여태 거기 살고 있었구나.  도연 2011/04/23 4389 1074
1205   얼마 만에 듣는 빗소리인가,  도연 2011/04/18 4367 1016
1204   되지빠귀 울고 매화 피고,  도연 2011/04/17 4221 974
1203   들판에 두루미 모두 돌아가고,  도연 2011/04/06 4003 1084
1202   묵향墨香  도연 2011/04/06 4328 1061
1201   호랑지빠귀가 우네,  도연 2011/03/29 4792 1270
1200   달빛 길어올리기.  도연 2011/03/25 4587 1011
1199   을숙도, 고니들이 모두 돌아갔네,  도연 2011/03/23 4167 1091
1198   대숲에 날 밝아오고 호랑지빠귀 울고,  도연 2011/03/19 4224 992
1197   새도 먹고 벌도 먹고 너구리도 먹고,  도연 2011/03/14 4803 990
1196   주춤주춤 봄이 다가오다.  도연 2011/03/14 3989 1073
1195   자연 앞에 겸손하라,  도연 2011/03/13 4207 1007
1194   동자들과 서울 바이크쇼 참관,  도연 2011/03/06 4353 1029
1193   봄이 오긴 오나보다.  도연 2011/02/26 4169 1044
1192   --니들이 고생이 많다...  도연 2011/02/16 5020 1314
1191   동자들과 금학산 등산,  도연 2011/02/13 5485 1182
1190   재겸이를 위한 서비스,  도연 2011/02/12 4168 1013
1189   나온 김에 차 마시고 구경하고,  도연 2011/02/10 4824 1039
1188   병원 가는 길 단상.  도연 2011/02/10 5382 1221

[1][2][3][4][5][6][7][8][9][10][11][12][13][14][15][16][17] 18 [19][20]..[58] [다음 20개]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