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6-12 19:29:30, Hit : 4160, Vote :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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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은 속속 둥지를 떠나고, 나도 멀리 여행 다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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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속속 둥지를 떠나고, 나도 멀리 여행 다녀오고,

요즘 '나의 비밀의 정원'은 소란스럽다.  
둥지 안에서 어미 찾는 소리, 이미 둥지에서 나와 어미새를 쫓아다니며
먹이 보채는 소리, 새끼새를 데리고 다니며 훈육하는 어미새 소리 때문이다.  
불협화음 이지만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놀이터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뛰노는 소리 같다.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듣기 싫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암컷이 포란을 하고 있으면 수컷은 밖에서 망을 보며 재잘재잘 지저귄다.
가끔은 벌레를 물어와 암컷에게 먹이는데 암수 어미새가 모두 벌레를 물고
부지런히 드나들면 새끼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올해는 특히 참새가 인공둥지를
다섯 개나 이용했는데 늘 넉넉하게 먹이를 놓아둔 게 원인인 거 같다.
새끼새들이 둥지를 떠날 때는 어미새들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다.
들고양이나 까치, 까마귀, 새매 같은 포식자들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이들 역시 새끼를 키우고 있으면서도 남의 새끼를 잡아다 먹여야 하는 게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찾아온 휘파람새와 팔색조 중에서 휘파람새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고 팔색조는 아무래도 골짜기 어딘가에
둥지를 들었는지 간간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새들도 '경제활동'을 한다.  
잣알을 물었다가 작고 가벼우면 다시 놓고 크고 무거운 것을 골라 물고 간다.
동고비는 한 번에 서너 개의 잣알을 물고 간다. 한 번 올 때 되도록
많이 가져가야 경제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새매나 수리부엉이의 활동은 훨씬 경제적이다. 나뭇가지에 조는 듯 가만히
앉았다가 먹이가 눈에 뛰면 소리없이 날아가 낚아챈다.  
여러 해 전 여행 중 신안군 바닷가에서 야영할 때였는데 날개를 우산처럼 펴고
바닷가에 줄줄이 서있는 백로 무리가 관찰되었다. 뭘 하나 싶었더니
날개를 펴서 만든 그늘 속으로 물고기가 들어오면 냉큼 쪼아 먹는 것이다.
이들에 비해 제비는 먹이를 구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잠자리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도 고속으로 날아다녀야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살금살금 다니며 벌레를 잡는 박새나 곤줄박이에 비하면 제비의 먹이활동을
비경제적이다.  

'두견이과'에 속하는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벙어리뻐꾸기 같은 녀석들은
앞에 새들보다 몇 배 더 경제적인 녀석들이다. 경제적이라기보다 '얌체족'에
가깝지만. 이들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새끼가 태어나 작은 새들이 애지중지
길러 놓으면 양육비 한 푼 주지 않고 데려간다.  
새들도 사람처럼 경제적으로 사는 녀석과 비경제적으로 사는 녀석이 있다는 게
신비롭다.  

까치와 까마귀가 갑자기 시끄럽게 울어댈 때는 매나 뱀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숲에 숨어있던 매를 발견하면 까치와 까마귀가 협동하여 산 너머까지 쫓아보내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온다. 매는 남의 영역, 즉 먹이터를 침범했다가 혼쭐이 나 쫓겨났다.    
까치와 까마귀는 뱀도 곧잘 잡아먹는다. 뱀이 나무를 타고 오르내리며 새알과
새끼새들을 먹는 경쟁자이기 때문인데 나무를 타지 않는 살모사도 예외는
아니다. 새들은 살모사가 맹독을 가졌다는 것까지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살모사를 발견하면 새들은 살모사를 구석에 몰아넣고 내가 작대기를 들고
올 때까지 기다린다. 새들의 지혜가 상당하다.

바깥등을 켜두었는데도 풍뎅이는 자꾸 방안으로 들어온다.
방충망을 설치했지만 옷에 붙어 들어오는지 방안으로 들어왔다가 잠잘 때
얼굴 위나 겨드랑이로 스멀스멀 기어다녀 기겁을 하게 만든다.
바깥등 주위에서 어물거리다가는 새들의 아침식사가 되기 때문에 풍뎅이는
이를 피해 방안으로 들어오는 모양이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구석에서 종이 긁는 소리가 들린다. 풍뎅이 한 마리가
나갈 곳을 찾는 중이었다. 가끔은 사슴벌레도 들어와 방 안을 헤집고 다닌다.
무당개구리는 또 언제 들어와서 나갈 곳을 찾아다니느라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멀뚱멀뚱 앉아 있어 웃게 만든다.

올해는 '귀하신 몸' 산삼도 여러 뿌리 캤다.  
환절기에 기침이 심하던 차에 골짜기 어디어디에 숨겨놓은 게 있으니 가보라는
꿈속 부처님 말씀에 반신반의 가봤다가 횡재를 한 것이다.
늘 오르내리던 곳으로 그 동안 눈에 띄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조심스럽게 산삼을 캐면서 필요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 것도 이상한
일이다. 내가 먹을 일이 아닌 거 같아 병이 위중하거나 필요한 분들에게 보내드렸다.
산삼 캐는 H씨에게서 특별히 부탁해 구한 것은 '꼭 필요한 분'에게 전달되었는데
경건한 마음으로 드셨을 줄 믿는다.

틈을 내 일본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신간센을 타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이즈미(出水)도 방문했다. 두루미는 번식을 위해
모두 북쪽으로 돌아가고 들판에는 농사가 한창이었지만 몇 가지 두루미 관련 자료도
수집했고 특히 몇 군데 대형 서점에 들러 다양한 서적을 접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아직은 길 물어보는 수준이지만 역사, 문화, 문학, 자연, 환경 관련 서적이 얼마나 많은지
이런 것들 읽으려면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송곡 선생님께서 여비에 쓰라고 5만 엔이나 주셔서 귀한 서적도 여러 권
구했다.
여행길에 동행해 주시고 이모저모 도움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이즈미 생태관에 나의 두루미 그림 한 컷도 그려놓고 왔다.
다음 기회에는 자전거를 타고 갈 생각이다.

사진 / 이즈미 역, 이즈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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