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6-23 08:41:21, Hit : 4554, Vote :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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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들아 꿀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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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아 꿀벌들아,

인간에게 자비심은 있는가, 있다면 그 자비심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예를 들어 가축을 애지중지 그야말로 자식처럼 키웠다면
키우는 동안은 자비심에 해당할까 아니면 이기심에 해당할까.
정들었던 가축을 시장에 내다팔 때 서운하고 미안한 마음은 무엇이며
가축을 넘겨주고 지갑이 채워질 때의 마음은 또 무엇일까.

벌꿀을 채취하며 나는 만감이 교차한다.
벌통에서 꿀이 든 소비(꿀집)를 빼낼 때 연기를 피우는데 벌들은 최루탄처럼
매운 연기를 무릅쓰고 꿀집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다수의 벌들은
회전분리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죽을 수밖에 없다.
자기들이 애써 모은 꿀을 강탈해가는 인간에 대해 목숨을 걸고 항거하는 것이다.  

벌은 알에서 태어나 20일 지나야 꿀을 모을 수 있는 일벌이 된다.
그리고 부지런히 오가며 꿀을 따는 시기인 여름에는 40 여일 정도 살고
그 외에는 수 개월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고에 채워진 꿀을 사람이 따가면 벌들은 깜짝 놀라 다시 열심히 꿀모으기에
나선다. 결국 노동을 많이 한 벌들의 수명은 단축된다.
사람이 꿀을 따가지 않으면 벌들은 치열하게 노동을 할 필요도 없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되니 제 수명대로 살게 된다는 얘기다. 벌 한 마리가 꿀 한 방울을 모으는
노력은 사람이 바가지로 드럼통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과 비교된다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꿀 한 방울은 이렇게 소중하다.

지난 수년 간 무려 60개의 토종벌통이 사라졌다.
설탕물에 길들여진 벌을 잘못 분양받은 까닭이다. 설탕물에 길들여진 벌은 일을
나가지 않고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 설탕물만 기다린다. 어렵사리 꿀을 채워놓았다 해도
사람이 냉큼 따가고 대신 설탕물을 놓아주니 벌들은 생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결국 꿀 한 번 제대로 따보지 못하고 벌들은 모두 소멸되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밀도 높게 길러진 가축을 대량 생매장을 하는 최근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날이 갈수록 국내 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벌이 폐사하고 꿀 수확량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학자들은 기후의 영향이나 전자파, 농약오염 등에서 원인을 찾지만
나는 벌에게 공급되는 설탕물이 문제가 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벌이 모아놓은 꿀만 따는 게 아니라 화분까지 빼앗는다. 벌들의 중요한
영양소를 몽땅 빼앗아 먹으니 벌들이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지고 생존력도
떨어지게 마련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벌꿀이 귀한 꿀에서 흔한 꿀로 격하되었다.
소비가 늘어나고 대량생산을 하면서 대량생산의 부작용 즉 품질이 저하된 벌꿀이
대량생산되는 것이다.

벌통을 자주 열고 ‘관리’를 하는 것도 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라
나는 가능하면 간섭을 줄여 벌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했다. 수확은 줄어들지만
양질의 벌꿀을 수확하여 인건비와 기타경비 관리비를 포함한 손익분기점은
약간 지나갔다. 굳이 숫자로 수익을 따지자면 ‘본전’이라는 계산이지만
여러 사람과 좋은 꿀을 나누어 먹었으니 이익을 낸 게 분명하고,
도와주는 사람들 용돈 벌어서 좋고,
벌들이 천지사방으로 다니며 나무들에게 수분을 하여 숲을 이롭게 했으니
이만하면 흑자를 낸 게 아니겠는가.    
(재겸이를 위한 서비스--사업 결과 손해를 보았으면 장부에 손해 본 금액을 빨간색으로
쓰고 이익을 보았으면 검은색으로 썼기 때문에 이를 두고 적자, 흑자라고 말한다.)  

엊그제는 토종벌통 10 개를 주문해 배송받았다.
(춘천교도소 재소자들이 만드는 건데 한 개에 만2천원이다.)
양벌을 토종벌통에서 기르면 어떨까 싶던 차에 분봉해 나온 벌군을 토종벌통에
옮겼더니 예상대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양봉은 벌들이 벌집 만드는 수고를
줄이고 꿀을 모으는 노동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이미 만들어진 벌집을
넣어주지만 토종벌은 자기들이 벌집을 짓는다. 그새 벌통이 채워졌기에 윗 부분
두 칸을 잘라 꿀을 채취했다.
이렇게 벌집까지 채취한 꿀에는 화분 같은 영양소까지 들어있어 별도로 화분을
채취할 필요가 없어 좋다.

내년에는 숫자를 늘려 벌통 한 채 단위로 원하는 분들에게 분양할 생각이다.
꿀 따는 날 분양받은 분들에게 연락하여 함께 꿀을 따는 체험도 하고
양질의 꿀을 직접 따서 가져갈 수 있는 재미도 더할 것이다.
잡스럽다, 잡동사니...처럼 접두사 ‘잡’이 붙으면 이것저것, 세칭 짬뽕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된다. 그래서 나는 ‘잡꿀’이라고 말하지 않고  
‘약꿀’이라고 말한다. 숲 속에서 꽃이 피는 모든 식물, 약초 등에서 얻어지는
꿀이 잡스럽다는 건 벌과 꽃, 꿀 모두에 대한 모욕이다.

꿀을 채취할 때는 서너 명이 동원된다.
한 사람은 연기를 품어대고 한 사람은 꿀집을 들어내고 한 사람은 들어낸
꿀집을 탈수기처럼 생긴 회전분리기에 넣고 돌리고 한 사람은 채취된 꿀을
걸러 담고 뒷설거지 하고...
능숙한 사람은 혼자서도 하고 둘이서도 하지만 우리는 하나같이 ‘초짜’들이기도
하고 벌들에게 될 수 있으면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조직’을
구성했다.

인건비는 꿀이 많이 나오든 적게 나오든 상관없이 1인 10만 원을 지급한다.
반나절이면 일이 끝나지만 ‘벌 쏘이는 값’도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두세 방은 ‘기본’으로 쏘이게 마련이므로.
어제는 꿀집을 들어내던 산삼 캐는 H씨가 바지춤을 부여잡고 한바탕 난리를
쳤다.
훈련을 잘 받은(?) 병정벌 한 마리가 바지단을 타고 올라가 하필이면 소중한
거시기 끝을 정통으로 쏘았던 것이다. 꿀 채취가 중단되고 ‘어디보자’며
억지로 벗겨 보는데 예민한 거시기가 어린아이 주먹만 하게 부풀었다.
병원에 가자니까 간호원한테 어떻게 보이느냐며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계안’으로
응급처치를 대신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약병 주둥이가 거시기에 닿았을까봐 손으로 찍어 발랐는지
직접 발랐는지를 따졌고, 사람들은 집에 가면 관리소홀로 마나님한데 혼나겠다,
아니다 좋아하겠다,며 별별 야사시한 농담이 오가는데, 시간이 갈수록 자꾸
부풀어 오르는 바람에 H씨는 하루종일 팔자걸음으로 오갔다.

벌은 한 마리가 쏘면 다른 벌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페로몬을 발산하여
‘여기 적이 있다’고 알리기 때문이다.
바지를 입었으니 망정이지 소변을 보기 위해 외부로 노출되었을 때
공격당했다면 아마도 H씨는 기네스북에 올랐을지도 모르겠다.
단꿀을 제공하는 벌들이 어제는 여러 사람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앞서 딴 2.4kg 50 개 중에서 판매용과 선물용으로 반반씩 모두 소진되었다.
어제는 꿀 따는 날이었는데 꿀도 많이 들지 않았고 곧 비가 내린대서
약으로 필요한 분에게 드리기 위해 세 병만 채취하고 모두 벌들의 먹이로 남겨두었다.
이미 주문하신 분들에게는 일주일 후에나 배송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위. 들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꿀 색깔이 다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도연암 벌꿀' 이라 명명하여 라벨도 붙였다.
          아래, 분봉한 양벌을 토종벌통에 이식하여 얻은 꿀. 양봉통에서 딴 꿀에 비해
           향기롭고 화분과 벌집이 뒤섞여 맛이 이채롭다. 앞으로 일부는 채취량이
          소량이 되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꿀을 채취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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