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7-02 12:30:43, Hit : 4706, Vote :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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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형수님, 섬마을 선생을 따라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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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형수님, 섬마을 선생을 따라 갔네.

창원 사는 둘째 형수님이 ‘섬마을 선생’을 따라 갔다.
내 기억으로 형수님은 ‘해당화 피고 지는...’으로 시작하는 섬마을 선생을
잘 불렀다.
아랫녘에 내려갈 때마다 형님댁에 들르는 게 일정 중 하나다.  
연로한 두 내외 사는 동안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내가 가면 형수님은 먹을 것부터 내 놓는다.
가끔 탁발 다니는 스님을 본다는데 그럴 때마다 시동생 스님도 저러고 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옛날 집도 절도 없이 탁발 다니는 ‘걸승’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2남 1녀를 잘 키운 형수님은 어쩐 일인지 말년을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정년퇴직 후 십 년 넘게 밥짓기며 빨래하기며 집안 살림을 대신한
77세 남편에게 더는 짐이 되기 싫었는지 형수님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지난 월요일 6월 27일 이었다.

정작 자식들보다는 노구의 남편이 더 운다.
병원에서 발인할 때 울고 영정이 생전의 집에 들어섰을 때 울고
여긴 부엌이고 여긴 당신이 쓰던 방이고 이 방은 딸이 쓰던 방이며
당신이 화초를 가꾸던 뜨락이라며 일일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말을 하듯 하며 운다.
집을 떠날 때 울고 화장장에 도착해서 울고
화구로 들어갈 때 울고 화구에서 한 줌 재가 되어 나올 때 울고
내가 자주 지나가는 진해 공원묘지 납골당에 유택을 정했는데
유해를 쓸어안고 울고 안치하며 울고 돌아서면서 울고,
형님은 며칠 동안 울보가 되었다.

형수님은 이렇게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로 훌쩍 떠났다.
빨래를 널며 ‘섬마을 선생’을 즐겨 부르던 형수님은
지금 쯤 노랫속 ‘섬마을 총각 선생님’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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