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7-10 20:57:27, Hit : 3764, Vote :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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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들은 들으라,


.

자식들은 들으라,

주름 가득한 얼굴에서는 땀이 빗물처럼 흘러내린다.
등짝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다.
손에 든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불당에 올릴 향초 하나씩과
언제부터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이 들어있다.
어미들은 오로지 자식 걱정 때문에 버스를 타거나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면서
뜨거운 햇볕을 뚫고 오는 것이다.

자식이 하는 장사가 안 된다, 몇 째가 자꾸 아프다, 시집 장가를 못 갔다,
손주가 대학을 가야하고 군대도 가야하는데 걱정이다 등등, 정작 할아버지 할머니
당신들 힘들게 살아가는 얘기는 쑥 빠졌다.
가끔은 부모 등골 빼먹는 자식들 얘기를 하며 눈물짓는 어미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스므 살 넘게 뒷바라지 해줬으면 스스로 자립을 하던가 독립을 해야지
심지어 어떤 자식은 마흔이 넘도록 부모 곁을 맴돌며 속곳에 감춰놓은
푼돈까지 넘본다.
세칭 캥거루족이다.

부모 형편이 넉넉하다면 모르지만 그 반대쪽이면 부모는 지은 죄가 많아진다.
그래도 하소연할 데가 있다는 게 어미들에게는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뭘 보는 용한 스님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도 늙은 어미들은 막무가내로
아들 딸 손주들 이름과 사주를 까맣게 적은 종이를 내민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늙은 어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일이다.
열심히 기도하겠다는 말로 위로하고 마을까지 태워드리고
오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돌아오는 길에는 자전거 같이 타는 수현이네 집에 들렀다.
수현이가 읽으면 좋을 거 같아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가 쓴 '김연아의 7분 드라마' 를
한 권 사두었기 때문이다. 식구들이 모두 외출을 했는지 빈집이다.
마루에 던져놓고 나오다 보니 수현이 자전거 뒷바퀴가 펑크가 나 주저앉아 있다.
바퀴를 분리해 뒷좌석에 싣고 왔다. 그새 스님 다녀가셨느냐고 전화가 온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넘어지지 않고 달리기 시작하면 뒤에서 잡아주던 손을 떠나
홀로 페달링을 할 수밖에 없다. 새들도 둥지에서 나와 어미곁을 떠나고 숲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이유도, 젊은이들에게 자전거 여행을 권하는
까닭도 이와 같다.

세상의 자식들은 새겨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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