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10-27 00:32:03, Hit : 4426, Vote : 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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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수은주가 영상에서 영하 5도로 뚝 떨어졌다.
찬바람까지 가세하여 후덜덜, 갑작스럽게 겨울옷을 꺼내 입었다.
벌들도 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 새들 추운 것만 알았지 벌들
생각을 못했네. 벌통 위에 셔츠 한 장 달랑 걸쳐주었는데 느닷없이 한파주의보라니,
정말 간밤에 무성하던 칡넝쿨이 된서리를 맞았다. 오늘 밤에는 기온이 더
떨어질 거 같아 담요를 내다 덮어주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더는 미룰 수 없어 화장실에 놓을 연탄난로도 챙기고 연통도 새로
사다 놓았다. 지난 겨울 연통이 삭아 연통 중간이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기에
여벌의 연통을 미리 갖추었다. 연탄은 엊그제 1천장을 들여놓았으니 겨울나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두 개의 물탱크에 물을 채우고 보온처리만 하면 애써
물을 길어 나르는 수고를 조금은 덜 수 있으리라.
법당 방충망 위에 비닐을 덧대는 작업도 꼬박 하루가 걸렸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쉽고 빠르게 일을 마칠 수 있겠지만 도와주는 사람 미안해서 작업이 되레
성기게 마련이다. 작업 진행이 굼뜨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꼼꼼하게 혼자
하는 편이 낫다.    

어제 저녁 8시에는 두루미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울음소리는 점차 남쪽으로
멀어져갔는데 강하게 부는 북풍을 타고 새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모양이다.
작년까지 만해도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이동했었는데 올해는 무슨 까닭인지
일찌감치 초저녁에 이동하는 중이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멧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참새 부부도 어김없이
등장하여 아침마다 짹짹거리는 울음소리가 명쾌해 좋다. 새들은 번식기가 끝나면
중성으로 변해 암수 구별이 없어진다는데 참새는 겨울에도 둘이 꼭 붙어다니며
사이좋은 금슬琴瑟을 과시한다.
(금슬=거문고와 비파를 함께 이르는 말)
곤줄박이는 창문 밖 나뭇가지에 앉아 방안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빤히
들여다본다. 내가 잣이 담긴 투명용기 뚜껑을 여는 것도 알고 잠시 후 창문을 열고
잣을 내민다는 것도 알 만큼 총명하다.  
  
시나브로 단풍이 뒷산을 타고 내려오는 중이다. 설악산 단풍맞이를 가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  
월동준비 얼추 마치고 한 바퀴 만행이라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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