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11-06 13:07:01, Hit : 4763, Vote :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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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어도 틀리고 안 먹어도 틀리고,


.
먹어도 틀리고 안 먹어도 틀리고,

새들에게 특별식인 쇠기름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쇠기름은 벌레를 먹는 거의 모든 새들,
딱따구리(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들이 제일 좋아하고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도 잘 먹는다. 까치나 까마귀도
어찌 한 점 얻어먹으려고 기웃거리지만 매달리는 기술이 없는 녀석들에게
쇠기름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시월은 내 생일이 들어있는 달이다.
미역 한닢 사다가 국을 끓여 올리며 나고 기르신 분들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나의 ‘생일행사’는 끝.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이어서 홀로 챙겨먹는 국 한 그릇 뿐이지만
마음만은 넉넉하다.

새들에게 먹일 쇠기름을 얻으러 갔더니 ‘살이 많아 발라 드셔서 된다’고
친절히도 이른다. 지난해 어느 곳에서 얻어온 쇠기름에는 쓰레기와
범벅이 되어 골라내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발라 먹어도
될 만큼 붉은 살점이 넉넉하다. 어쩌면 고기 한 점 맘 놓고(?) 얻어먹지
못하는 나를 가엾게 여겨 우정 살점을 넣어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정=일부러,의 강원도 사투리)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러 온 초등학교 3학년 꼬마가 ‘스님은 어쩌다가
중노릇 하게 되었느냐‘ 고 묻는다. 당황한 어른들이 당장에 ’어떻게
스님이 되셨느냐‘ 고 묻는 게 옳다고 바로잡아 주었지만 꼬맹이 질문이
‘리얼’ 하다.
정말 중노릇 하다보면 걸리는 게 참 많다.
먹는 것부터가 그렇다. 쇠고기 돼지고기는 안 되지만 멸치나 생선은 먹어도
‘괜찮을 것도 같은’ 게 세속의 생각이다.
멸치와 쇠고기는 뭐가 다를까.
멸치는 먹고 쇠고기는 안 먹는다면 맞을까 틀릴까,
멸치를 먹으니 쇠고기도 먹는다면 이 또한 맞을까 틀릴까.
  
어떤 웃기는 보살이 와서 이른다.
--고기 좀 안 드실래요? 내가 아는 도통한 스님은 잘 드시던데,
먹어도 틀리고 안 먹어도 틀린다.
먹어도 걸리고 안 먹어도 걸린다.
먹으면 먹는 대로 안 먹으면 안 먹는 대로 보살 보기에는 덜 익은
‘풋중’일 게 뻔하다.

서 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이태준 문학 행사가 있는데 점심 같이 드시자고, 장소는 ‘농민한우식당’.
점심은 절에서 먹고 행사장으로 바로 가겠다니까 ‘아이고, 스님도 참...’ 한다.
먹어도 틀리고 안 먹어도 틀렸다.

미국 어디에서 한국의 사찰 음식을 선보였다고 화제가 되었다.
미국 사람들이 ‘원더풀’ 을 연발했다나.
그나저나 한국의 스님들은 다 그렇게 잘 먹고 잘 사는 줄로 아는 건 아닌지,

먹어도 틀리고 안 먹어도 틀리고,
삐야기 시님, 그대는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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