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11-15 10:53:45, Hit : 5108, Vote : 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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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 한 장으로 나는 행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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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으로 나는 행복하네,

드디어 손님방 연탄보일러 배관을 연결했다.
눈썰미 좋은 6학년 재겸이가 굴뚝을 설치할 때도 잡아주고
나사못도 집어주며 조수노릇을 톡톡히 했다.
보일러에 물보충통과 물온도센서, 물순환펌프를 차례로 연결하면서
기름보일러도 아닌 연탄보일러에도 이런 ‘과학적 첨단 장치’가 필요한 건지
의문이 꼬리를 문다.
조립 순서는 맞는 건지, 순환펌프와 물온도센서는 물이 보일러에서 방으로
나가는 쪽에 설치해야 맞는지 아니면 물이 방을 돌아서 보일러로
들어오는 쪽에 설치해야 맞는 건지, '전문가'에게 물어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아도 답이 제각각이다.  
물온도센서의 역할도 궁금하다.
보일러 물 온도를 감지하는 건지 방바닥 물 온도를 감지하는 건지
그래서 보일러 물이 뜨거우면 물순환모터를 작동시키는 건지
방바닥이 차갑고 뜨거울 때 언제 물순환모터를 작동시키고 멈추게 하는 건지
아리송했지만 어쨌거나 조립을 마치고 물을 채운 후 연탄불을 붙여 넣었다.
물이 새는 곳도 없고 방이 서서히 더워지는 걸 보니 보일러설치는 다행히
성공한 것 같다.
몇 시간 후 방이 그야말로 '잘잘' 끓는다.
바깥 밤 기온이 영하 8도인데 방 안은 딴 세상이다.

엄동설한 겨울밤을 1인용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하여 자고 나면 안팎으로 냉동고나
다름이 없어 움직이는 것도 뭘 끓여 먹는 것도 끔찍한 일이다. ‘죽지 못해 산다’
는 말을 이럴 때 하는 거구나 싶을 만큼 때로는 살아있다는 자체가 고苦로
느껴지기도 한다.
--무슨 생각으로 살까, 무슨 생각이나 있을까...
서울에 볼일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면 곳곳에
종이상자로 가림막을 하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에 대한 의문이었다.
전기장판 위에서 몸을 녹이며 자는 나도 산다는 게 苦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저 사람들은 어떨까,
혹시나 산다는 걸 苦로 느끼는 자체조차도 사치스러운 일은 아닐까.

잘잘 끓는 방에서 재겸이와 이불도 덥지 않고 네 활개를 치며 잤다.
두꺼운 내복에 겨울옷까지 껴입고 잘 때가 단 하룻밤 사이에 옛날 얘기가 되었네,
450원 짜리 연탄 한 장으로 늘그막에 나는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 11월 12일 금요일 방송된 sbs 물은 생명이다,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 하시면
최근 근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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