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12-16 15:58:36, Hit : 4779, Vote :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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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도 얼어붙었다,



강추위에 바람도 얼어붙었다.

아침 기온이 영하 18도로 내려가고 바람까지 얼어붙었는지 바깥세상은 적막강산이다.
이렇게 추운 날은 끼니 끓여먹는 일도 귀찮다. 마침 어떤 사람이
사다 놓은 빵이 있어 커피 한 잔을 곁들여 아침공양으로 대용했다.
한줌도 안 되는 작은 새들은 용케 추운 밤을 견디고 나와 재재거린다.
땅 속에는 봄 여름 가을 우느라 번식하느라 고단한 수 많은 딱정벌레들이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두 구멍짜리 연탄보일러에 한 구멍에만 불을 넣으면 방이 훈훈하고
두 구멍에 모두 불을 넣으면 방이 따끈따끈하다. 따끈따끈한 방에 등을 기댈 때마다
죽지 않고 살다보니 따뜻하게 지낼 날도 있다며 나는 행복한데,
단순하게 사는 것도 같지만 들여다보면 '생명유지장치'가 중환자실의 환자처럼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구석구석 안 가는 데 없이 연결된 전기선도 그렇고
연탄보일러에도 온도감지센서와 물순환펌프가 장착돼있어 전기의 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가스며 연탄 한 장이며 생명을 유지시키는 혈관이다.

법당 나무난로는 산삼 캐는 함 씨가 필요하대서 내려 보냈다.
나무난로를 지피다보니 날마다 나뭇꾼이 되어야 하고 온 산에 넘어진 나무는
죄다 불사를 판이다. 쓰러진 나무는 그 곳에 두어야 벌레가 알을 낳고
애벌레가 나무를 분해하고 새들도 애벌레를 먹는 '자연의 섭리와 순환' 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나무난로를 놓을 때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내 한 몸 따뜻하게 지내려는 욕심에 분별심을 잃은 것이다.
나무난로는 팬히터로 바뀌어 필요할 때만 잠깐씩 켠다. 석유를 연료로 쓴다는 게
또 마음이 무겁지만 아껴 쓰면 되겠다는 얄팍한 마음에,
어제 저녁에는 법당에 들어와 자는 새들 추울 새라 잠시만 켜둔다는 게
밤새도록 저 혼자 돌아가 쓸 데 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무거운 죄를 지었다.

법당에 들어와 자는 새들은 밖에서 볼일을 보고 들어왔으면 좋으련만
엄청난 뒤처리를 감당키 어려워 올 겨울에는 드나드는 구멍을 막았다가
'새들을 자식처럼 아낀다더니...' 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막았던 구멍을 열어주었더니 새들은 옳다구나 드나들며
열 걸 왜 막았느냐며 한 마디씩 보탠다. 새들에게 치사한 짓을 했네.

물관리에 신경 쓴 덕에 아직은 계곡 샘을 퍼 올리는 모터가 얼어붙지 않았다.
영하5도 이하일 때는 물을 한 방울씩 떨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물이 얼지 않지만
기온이 더 떨어지면 이 방법도 역부족이다.
그래서 양변기 물 내리는 손잡이에 줄을 연결한 후 잠잘 때 방에서 줄을 잡아당겨
물을 흐르게 하는 꾀를 낸 것이다.
이를 테면 물 내리는 수동식 원격 리모트 컨트롤인 셈인데 잠결에 생각날 때마다
줄을 당기자니 잠을 설치기가 일쑤였지만 덕분에 물 깃는 수고는 덜었다.

산책을 나서는데 밤나무 밑 양지쪽에서 졸던 멧돼지 한 마리가 슬금슬금 비켜선다.
밤새 추위에 떨다가 따뜻한 햇살 아래 몸을 녹이던 녀석에게 미안하여
산책도 맘대로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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