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12-21 12:53:36, Hit : 4806, Vote :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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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손님이 오셨다,



멀리서 손님이 오셨다,

밤중부터 내리던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눈이 쌓이면 사람들 발길이 끊기고 새들은 신이 난다. 방해받지 않고
편히 먹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 위에는 앙증맞은 발자국들이 어지럽다. 새들이 먹다 남은 먹이가 눈으로 덮였지만
영리한 새들은 쌓인 눈을 헤집고 아침식사를 한 것이다.
가장 먼저 식사를 하러 온 녀석들은 멧비둘기 군단이다.
무리지어 내려와 쌓인 눈을 헤집어 놓으면 멧새와 참새,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뒤를 이어 내려앉는다.
오늘은 멀리서 귀한 손님도 오셨다.
손님이 왔다는 기별은 벌써 들었지만 오늘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눈이 쌓이고
사람들 발길이 끊어지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손님은 내가 사는 곳에서 까마득한 곳, 평생 한 번 가 볼까 말까 한 곳,
멀리 캄차카 북쪽 러시아 들판에서 무리지어 산다.

손님 이름 <되새>. 몸 길이 약 16cm. 이렇게 작은 새들이
멀고도 험난한 2천 km 여정을 거쳐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되새에게 공급되는 주식은 볍씨다.
볍씨 한 되를 뿌려놓으면 순식간에 껍질만 남겨놓은 대식가들이다.
되새는 선뜻 먹이에 접근하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진 나무 꼭대기에 모여 앉아
주위가 안전한지 동정을 살핀다.
되새 무리가 동정을 살피는 동안 오늘 아침 놓아준 볍씨는 먼저 날아온 멧새들 차지가
되었다. 조심성 많은 되새에 비해 멧새는 사철 이곳에서 사는 텃새여서 먹이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멧새들이 먹이를 먹기 시작하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되새들은 조심스럽게 나무에서
내려오는데 마지못해 내려오는 녀석들은 올해 태어난 녀석들일 것이다.  

되새 한 마리는 박새들이 즐겨먹는 땅콩 밥상에 올라앉았다. 거침없는 행동이
무척 익숙해 보인다. 먹이를 두고 서로 다투던 박새들은 이방인을 경계하거나 내쫓지 않고
사이좋게 먹이를 나눈다. 추위를 피해 멀리서 온 손님을 환대라도 하려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타나면 ‘빨리 피해!’ 라고 소리치는 것도 박새 쪽이다.
박새가 멀고도 험한 러시아 들판을 방문할 이유는 없을 텐데도 박새는 손님들에게
꽤나 호의적이다.

땅을 지키거나 땅을 빼앗기 위해 대포를 쏘아대는 인간들을 보고
새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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