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1-07 10:24:46, Hit : 4365, Vote :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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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긷고 손빨래 시작하고,


                                                                                              휴대폰 사진.
샘통 물도 끊겼다.

오늘 아침 기온은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영하 20도.
새벽에는 23도 까지 내려갔다.
기온이 이렇게 내려가면 냉장고 안의 음식물이란 음식물은
모두 동태가 돼 아침공양은 커피 한 잔과 식빵 한 조각으로 간소화한다.

새들이 눈밭에서 뛰놀고 있다.
뛰노는 줄 알았더니 새들은 눈을 맛있게 먹는 중이다. 새들이 눈을 먹는 건
계곡을 따라 졸졸 흐르던 물까지 모두 얼었다는 뜻이다.
흙탕물이 섞여 나오던 물이 '드디어' 멎었다. 샘통의 고인물과 물펌프 안에 남아있던
물도 모두 얼어붙었을 것이다.  
추위가 닥치면 주전자에 물을 펄펄 끓여 펌프를 녹인 후 배관을 분리하고
펌프 안에 남아있던 물을 모두 빼놓아야 한다. 지난 반 년 동안 물을 끌어올리느라
'고군분투'했던 펌프는 땅이 해동되는 봄까지 긴 휴식에 들어가고 나는 물통을 챙겨
물 긷기에 나선다.

손빨래도 다시 시작되었다.  
2년 전 세탁기가 들어온 후 참 편하게도 살았지,
오랜만에 손빨래를 하며, 얼음을 깨고 손빨래를 하던 기억이 덤으로 떠오른다.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세탁기는 편리한 물건이 분명하겠지만
산에 홀로 사는 수행자에게 손빨래 역시 물 긷기 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의식수행의 일부이다.  
손빨래는 세탁기의 편리함과 바꿀 수 없는 알콩달콩한 낭만까지 가미된다.
눈 폴폴 내리는 계곡에서 언 손을 호호 불며 빨래를 헹구거나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물지게를 지고 오르내리는 게 고단한 일이기 보다는
즐거운 일로 기억될만하다.

자나깨나 물이 마를까 얼까 전전긍긍하다가 차라리 물을 길어다 쓰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배관이 얼지 않도록 ‘리모컨’을 당겨 변기물을 내리며 잠을 설치는
일도 없어졌다.
펌프와 배관이 얼까 조마조마, 변기가 얼어터질까 조마조마 하다가 얻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스트레스는 히스테리로 ‘변신’해 불청객 변비까지 초대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물을 길어올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디지털보다 아나로그가
사람을 훨씬 편하게 한다는 데 기꺼이 동의한다. ‘아나로그’의 다른 말은 ‘단순함’일 것이다.
도회지에 살던 산에 홀로 살던 ‘단순함’은 모든 이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기에는 우리는 너무 깊이 들어와 있다.

누군가 우물 좀 깊게 파 드리라고 사람을 보내왔지만 감사한 마음을 얹어 돌려보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여섯 달 동안 물 긷고 손빨래 하는 나만의 수고로움과
나만의 ‘동안거’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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