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6-04-29 07:14:18, Hit : 1816, Vote :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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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금자리를 정한 흰눈썹황금새.



.
--깜짝이야, 벌레 물은 줄 알았잖아!
그러니까 제비처럼 고향을 찾아온 <흰눈썹황금새>는 창문밖에
매달아 놓은 인공둥지를 차지하고 보금자리 꾸미기에 여념이 없으렷다.
이틀 전만해도 이 둥지는 곤줄박이가 점찍어 놓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흰눈썹 부부가 빼앗은 것이지요. 둥지를 차지한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벌레를 물고 들어가나 했습니다. 벌레를 물었다는 것은 새끼가
부화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망원렌즈로 촬영해보니 벌레가 아니라
둥지재료였습니다.

텃새와 남쪽에서 겨울을 나고 고향을 찾아온 새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얼른 생각하기에 텃새가 이길 것 같지만 아닙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으며 목숨을 걸고 날아온 녀석들이니 용감할 수밖에 없고 번식이라는
절대절명의 거를 수 없는 생물학적 욕망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까치의
둥지나 딱따구리의 둥지를 빼앗아 번식하는 파랑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나는 텃새들이 '진다'는 것보다 '져준다'고 생각합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새들에게 텃새들은 둥지를 양보하는 것이지요. 양보가 아니면 애써
차지한 둥지를 순순히 내줄 이유가 없겠습니다.

--그래, 우리는 토박이여서 이곳 사정을 훤히 알고 있으니 재들 살게 하고
다른 곳을 찾으면 될 거야.
박새와 곤줄박이는 서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요.
그나저나 요 녀석들 정말 예쁘지 않나요? 번식기 때는 고양이나 뱀의 접근을
차단하며 망을 보는 것도 내 몫입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수고의 보답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사진=노랑이가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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