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7-14 09:30:58, Hit : 4812, Vote :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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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라도 방심하면,




잠시라도 방심하면,

법당에 새가 드나드는 일은 다반사茶飯事여서 새가 들어와 돌아다닐 때마다
그러다가 나가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한참 후 다시 들어갔을 때에도
나가지 않고 돌아다니는 녀석이 있어 살펴보면 낯선 녀석이다.
‘단골고객’은 나는 것부터가 여유롭지만 이 녀석들 나는 건 불안한 기색이 뚜렷하다.

포란 중에 잠시 나왔다가 갇힌 거라면 알이 염려스럽고 육추 중이라면 어린 녀석들이
또 염려다. 암수 어미 중 어느 한 마리로만 어린새들을 기르기에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녀석들은 나갈 곳을 찾느라 지쳐있어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누구일까, 여러 가지 도감을 뒤져봐도 단박에 누구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
(윗 녀석은 딱새 수컷, 아랫 녀석은 큰유리새 미성숙 수놈으로 확인되었다.)
그 만큼 국내 도감이 부실하다.
조류도감이라면 알에서부터 색깔, 크기, 둥지의 모습, 먹이가 되는 것들,
어린새의 자라는 과정, 암수 성조 등등을 상세히 보여주고 적어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  

새박사라 불리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새를 촬영하는
사람들은 좀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일이
보잘것 없어보여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는 귀감이 되거나 멘토가 되기도
하고 훗날 소중한 자료로 크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귀한 새가 있대서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쌍안경을 들고 관찰하는 사람은 드물고 그저 긴 시간 지루하게 기다리면서 촬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주변 환경은 어떠하며 주변 식물분포는 어떠하며 먹이가 되는 것은 또 뭐가 있으며
인간의 간섭은 없는지, 희귀종이어서 맹목적으로 관심을 갖는 건 아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흔한 참새 한 마리, 박새 한 마리를 두고도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박새 한 마리가 파리끈끈이에 붙어 발버둥치느라 대부분의 깃이 빠져버렸다.
깃털과 다리 사이사이에 엉겨 붙은 접착제를 간신히 떼어내고 내보냈지만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잠시 방심한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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