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8-25 16:26:49, Hit : 4679, Vote :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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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세 겨울이 올 것이다,



금세 겨울이 올 것이다.
                                                                                                            
새벽인데도 창밖이 고요하다.
새 먹이 그릇이 비었기 때문이다. 저녁에 먹이를 가득 채워놓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더니 새들이 매정하게 ‘외면’한 것이다.
사람도 돈 떨어지고 인기 떨어지면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까지
왕래가 뚝 끊긴다. 거기다가 나이까지 먹었다면 사람들 기억에서
광속으로 지워지게 마련이다.
중노릇도 언행이 반듯하지 않고 공부가 게으르다면
절간엔 잡초만 무성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번식을 위해 날아온 여름새도 보이지 않는다.
쪼쪼 쪼찌 쪼찌 혀를 자유자재로 놀리며 우는 되지빠뀌며
흰눈섭황금새, 호반새, 속독새, 유리새, 호랑지빠귀, 검은등뻐꾸기,
파랑새 등등 볼일을 마친 새들은 미련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남쪽으로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어제는 아직 떠나지 않은 꾀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자식 농사 잘 지었다며 내년에 다시 보자고 인사를 왔나보다.  

간밤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그칠 줄 모른다.  
노릇노릇 벼가 익어갈 때 내리는 가을비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데
올해는 비도 참 풍년이다. 한 번 내렸다하면 천둥번개를 동반하고 억수로
내린다. 굵은 빗방울이 지붕을 마구 두드릴 때는 뭔 일 났나 싶을 정도다.
기온도 뚝 떨어져 ‘난닝구’와 반바지 차림으로 나갔더니 썰렁하다.
온도계가 영상 15도를 가리킨다.
법당 마루에 새똥 하나가 뚝 떨어져 있다. 손전등을 비쳐보니
곤줄박이 한 마리가 벌써부터 들어와 연등 속에서 잠을 청하는 중이다.  
이러다가 월동준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난해 겨울에는 연탄을 늦게
주문하는 바람에 여러 사람 고생 시켰는데, 손님방에는 기름보일러를 놓을까,
겨울이 되면 눈 쓸 일에 물 길어올 일에,
오지도 않은 겨울을 미리 걱정을 하네.

49재를 마칠 때까지 날을 정하고 망자의 유골을 돌부처 곁에 모셔두었다.
항아리에 유골함을 안치하고 돌무더기 봉분을 만들었다.  
창문 밖으로 빤히 보이는 이런 ‘풍경’에 문득 나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삶을 마감하게 될까, 그날이 오면 누가 내 곁에서 나의 죽음을
지켜보게 될까, 나의 ‘잔해’ 는 어떻게 처리할까(될까), 궁금해진다.
나이 먹는 걸 두고 ‘해는 짧고 할 일은 많다’고 하는데
내게 남은 해는 얼마나 될 것이며 할 일이란 또 무엇일까.
망자는 부처가 되어 나를 가르치는구나.

그래도 나는 비가 좋다.
비가 내리면 사람들 발길이 뚝 끊기고 홀로 오롯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은 아직 멀었는데 매미는 서둘러 월동준비를 마치고 열반에 들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겨울은 겨울에만 오는 게 아니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 월동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겨울은 느닷없이 오기 때문이다.  

차나 한 잔 우려 마실까.

사진 / 진해 삼포 마을. 철원군청 문병규 과장과 자전거 여행 중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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