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9-08 21:55:20, Hit : 5211, Vote :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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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마흔 살로 아는 아이들,



나를 마흔 살로 아는 아이들,

지난 8월 28일 아이들과 강릉으로 낙산으로 한계령으로 넘어왔다.
대관령업힐자전거대회를 참관하기로 한 건데 절에 행사가 있어 당일 오후에나
출발할 수 있었다. 강릉에서 철원mtb 선수들을 만나 저녁을 함께 먹고
같은 숙소에 들었다.
마침 백사장에서 노래자랑이 열리고 있어 저녁을 먹은 아이들이 잠깐 구경을
하겠다기에 허락했는데 ‘어른들 재롱’이 재미있을 리 없는 놈들이 해변에서
저희끼리 놀다가 모래범벅이 돼 돌아왔다.
헌율이는 바다에 처음 와봤다고 하고 수현이는 바닷물에 처음 들어가본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그렇지 캄캄한 밤중에 바닷물에 들어가다니, 파도에
휩쓸려갔으면 어떡할 뻔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음날 아침, 서울쪽은 폭우가 쏟아진다고 하는데 동해안은 하늘만 푸르다.
대회를 마친 선수들은 자전거를 타고 한계령을 넘기 위해 강릉을 출발했다.
선수들이 한계령에 도착하려면 세 시간은 걸릴 터라 보채는 아이들을 데리고
때 지난 해수욕을 했다. 파도가 높아 수영은 하지 못하게 했지만 모래밭에
엎드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긴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즐겁다.  
해수욕철이 지나 해수욕장에는 안전요원도 없고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구조할 보트도 보이지 않는다. 샤워시설도 모두 폐쇄되어 페트병에 물을 받아
아이들을 씻길 수 있었다.

양양군청을 지나 한계령 초입에 선수들과 만났다. 선수들이 한계령 정상에
오를 때까지 경광들을 켜고 후미에 붙어가는데 쉴 새 없는 페달질에 아이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면서 ‘스님이라면 더 빨리 올라갔을 거야, 그으럼,
스님은 순간이동도 하는데...‘ 어쩌고저쩌고, 가만히 듣자 하니 아이들 말에 의하면
나는 도통한 도사다.  
정상에 도착한 선수들과 쉬면서도 ‘우리 스님은 앞바퀴를 들고도 타고
뒷바퀴를 들고도 타고, 점프도 하고, 두 바퀴도 다 들어요’ 하는 말을
자랑삼아 늘어놓는다.
두 바퀴를 어떻게 다 든다는 건지 하여튼 아이들 상상력은 우주 끝이다.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놓고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서도 ‘오늘 자전거 안 타느냐’고
연신 전화를 걸어대는 아이들, 아이들이 머지않아 나를 앞질러 저만큼 달아나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야겠기에 나는 자전거에서 쉽게 내리지 못한다.  
어느 날은 길을 건너는 아이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가 급정거를 했다고, 누가
일러줘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냈다고 해서,
--아니 어른이 더 문제지, 저만큼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보이면 서행을 하고
조심운전을 해야지 마구 달리는 놈이 더 잘못 아이가. 선생님들도 그렇지,
어른들에게 시골길은 조심운전해달라고 홍보를 하거나 아이들에게 자전거 안전교육을
시키는 게 옳지 길에서 자전거 타지 말라고 하면 대체 어디서 자전거를 타라는 건가‘
나는 그저 맹목적인 자식사랑처럼 아이들 편을 들어주니 아이들이 어깨를
으쓱한다.  

어쨌거나 내가 세상에서 자전거를 가장 잘 타고 내 나이를 마흔 살로 아는
아이들이 있어 나는 행복하네.

사진 / 한계령에서 아이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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