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9-16 12:27:17, Hit : 4584, Vote : 1055
 DSCN7838_2.jpg (151.1 KB), Download : 89
 동고비 한 마리도 열반에 들었다.



동고비 한 마리도 열반에 들었다.

나무타기의 명수 동고비.
딱따구리가 나무타기 선수라고는 하지만 동고비에게는 한 수 아래다.
나무줄기에 거꾸로 매달려 고개를 바짝 쳐든 귀여운 모습은 동고비만의 ‘특허기술’이다.
박새나 곤줄박이가 나뭇가지에 앉아 먹이를 두 발로 잡고 쪼아 먹지만 동고비는
나무틈새에 먹이를 끼워놓고 쪼아 먹는다. 또 한 번에 여러 개의 해바라기씨나
잣을 물고 나무껍질 속이나 가랑잎 밑, 흙 속에 저축을 할 줄도 안다.
번식기가 다가오면 동고비는 딱따구리가 쓰고 버린 나무구멍을 둥지로 이용하는데
점도가 높은 흙을 물어다가 넓은 입구를 자기들만 드나들 수 있도록 좁히는
리모델링하여 새끼를 키우는 지혜로운 새다.
곤줄박이 다음으로 사람과 친하게 지내며 손바닥에 올라 앉는 걸 보면
지능도 상당할 것이다.

어린녀석으로 보이는 동고비 한 마리가 다쳤는지 날갯짓이 시원찮아 데리고
들어왔다. 놓아준 물과 먹이를 제법 먹다가도 꾸벅꾸벅 졸기만 한다.
어서 먹고 살아서 씽씽 날아다니라고 용기를 주면 반짝 눈을 떴다 싶다가
이내 눈을 감는다. 티비 리모컨 위에 앉아 자는 바람에 건드리면 깰 거
같아 티비도 못 켰는데 사흘 째 되던 날 기어이 갈 길을 가고 말았다.
새들도 죽을 때를 아는지 가끔 사람 근처에 와서 삶을 마감하기도 하는데
엊그제도 꺅도요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오십 갓 넘은 젊은 나이에 한 사람이 폐암으로 삶을 마감했다.
멀쩡하다가 발견된 폐암 말기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다기에
기왕에 죽을 거 캠핑카 하나 장만하여 음식 잘 하는 사람을 운전기사 겸 데리고
방방곡곡 산천경개 좋은 곳으로 다니다 보면 절로 낫기도 한다고 권면했지만
돈에 의지하고 돈을 지키다가 남은 삶을 반납하고 말았다.
목숨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그이 뿐이랴. 중병에 걸려 오는 사람들에게 다 놓아두고 산으로 들어가라고
당부하지만 알아듣는 이는 거의 없다.
재산, 사업, 명예, 아내와 자식을 지키느라 정작 경각에 달린 제 목숨 하나는
간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목숨을 지키지 못했으니 다 잃을 수밖에.

수행자에게도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어떤 스님이 꿈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왔다. 깜짝 놀란 스님이 ‘절도 지어야하고
공부도 더 해야하고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못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잠을 깼다.
걱정이 된 스님이 도반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저승사자 피할 방도를 물었다.
잠결에 전화를 받은 스님, ‘일단 외국으로 피하는 게 좋겠다’ 고 했다나.
외국으로 나가 저승사자를 피하는데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 닦는다는 수행자에게도 죽음만은 피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다.
부디 다 놓고 떠나시라,며 문상기도를 다녀왔다. 인간의 어리석은 집착은
죽음조차도 갈라 놓을 수 없도록 지독하게 끈질기다.
그대, 말귀는 알아들었는가.  

귀뚜라미며 방울벌레며 풀벌레들이 다투어 우는 까닭이 무엇인가.





1157   김 감독, Coffee Barista 되다,  도연 2010/10/26 4825 1077
1156   천수만에 다녀오다.  도연 2010/10/23 4802 1227
1155   들국화 피고 새들은 돌아오고,  도연 2010/10/19 4561 981
1154   새둥지 속에서 번식한 다람쥐.  도연 2010/10/16 4781 1134
1153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버리는 계절이다.  도연 2010/10/15 4119 1006
1152   스님 할아버지,  도연 2010/10/12 4602 1022
1151   소리꾼 범진 스님,  도연 2010/10/12 4888 1076
1150   DMZ 라이딩,  도연 2010/10/12 5251 1460
1149   집 나간 벌들이 돌아왔다,  도연 2010/10/12 4336 1106
1148   철원 태봉제, 실감고 연 만들고,  도연 2010/10/12 4369 1043
1147   아이들과 새를 보러 가다.  도연 2010/10/10 4153 1030
1146   기러기 돌아오고 가을은 깊어가고,  도연 2010/10/02 4086 1131
1145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도연 2010/09/21 4993 1383
  동고비 한 마리도 열반에 들었다.  도연 2010/09/16 4584 1055
1143   나를 마흔 살로 아는 아이들,  도연 2010/09/08 4834 1147
1142   속가俗家 맏형님을 가슴에 묻고 돌아오다.  도연 2010/09/06 5782 1247
1141   금세 겨울이 올 것이다,  도연 2010/08/25 4453 1077
1140   나는 꽃으로 보고 멧돼지는 먹이로 보고,  도연 2010/08/23 4255 1038
1139   산사랑 원고  도연 2010/08/12 4934 1437
1138   새들은 날마다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데,  도연 2010/07/18 5486 1435
1137   잠시라도 방심하면,  도연 2010/07/14 4652 1085
1136   이열치열以熱治熱 땀 흘리고 충전하기,  도연 2010/07/11 5160 1554
1135   너나 잘하시게!  도연 2010/07/09 4571 1112
1134   축구도 그만하면 됐다,  도연 2010/06/28 4781 1083
1133   10 년 후 이 아이들은,  도연 2010/06/25 4824 1153
1132   돌아오고 떠나고,  도연 2010/06/23 4280 998
1131   우리도 mtb 를 탔다,  도연 2010/06/22 4724 1028
1130   꾀꼬리, 언제부터 이 숲에 살기 시작했을까.  도연 2010/06/22 4081 1012
1129   창문을 활짝 열고,  도연 2010/06/11 4554 1147
1128   우리는 MTB를 탄다.  도연 2010/06/07 4515 1053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 20 ..[58] [다음 20개]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