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9-16 12:27:17, Hit : 4902, Vote : 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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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비 한 마리도 열반에 들었다.



동고비 한 마리도 열반에 들었다.

나무타기의 명수 동고비.
딱따구리가 나무타기 선수라고는 하지만 동고비에게는 한 수 아래다.
나무줄기에 거꾸로 매달려 고개를 바짝 쳐든 귀여운 모습은 동고비만의 ‘특허기술’이다.
박새나 곤줄박이가 나뭇가지에 앉아 먹이를 두 발로 잡고 쪼아 먹지만 동고비는
나무틈새에 먹이를 끼워놓고 쪼아 먹는다. 또 한 번에 여러 개의 해바라기씨나
잣을 물고 나무껍질 속이나 가랑잎 밑, 흙 속에 저축을 할 줄도 안다.
번식기가 다가오면 동고비는 딱따구리가 쓰고 버린 나무구멍을 둥지로 이용하는데
점도가 높은 흙을 물어다가 넓은 입구를 자기들만 드나들 수 있도록 좁히는
리모델링하여 새끼를 키우는 지혜로운 새다.
곤줄박이 다음으로 사람과 친하게 지내며 손바닥에 올라 앉는 걸 보면
지능도 상당할 것이다.

어린녀석으로 보이는 동고비 한 마리가 다쳤는지 날갯짓이 시원찮아 데리고
들어왔다. 놓아준 물과 먹이를 제법 먹다가도 꾸벅꾸벅 졸기만 한다.
어서 먹고 살아서 씽씽 날아다니라고 용기를 주면 반짝 눈을 떴다 싶다가
이내 눈을 감는다. 티비 리모컨 위에 앉아 자는 바람에 건드리면 깰 거
같아 티비도 못 켰는데 사흘 째 되던 날 기어이 갈 길을 가고 말았다.
새들도 죽을 때를 아는지 가끔 사람 근처에 와서 삶을 마감하기도 하는데
엊그제도 꺅도요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오십 갓 넘은 젊은 나이에 한 사람이 폐암으로 삶을 마감했다.
멀쩡하다가 발견된 폐암 말기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다기에
기왕에 죽을 거 캠핑카 하나 장만하여 음식 잘 하는 사람을 운전기사 겸 데리고
방방곡곡 산천경개 좋은 곳으로 다니다 보면 절로 낫기도 한다고 권면했지만
돈에 의지하고 돈을 지키다가 남은 삶을 반납하고 말았다.
목숨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그이 뿐이랴. 중병에 걸려 오는 사람들에게 다 놓아두고 산으로 들어가라고
당부하지만 알아듣는 이는 거의 없다.
재산, 사업, 명예, 아내와 자식을 지키느라 정작 경각에 달린 제 목숨 하나는
간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목숨을 지키지 못했으니 다 잃을 수밖에.

수행자에게도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어떤 스님이 꿈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왔다. 깜짝 놀란 스님이 ‘절도 지어야하고
공부도 더 해야하고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못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잠을 깼다.
걱정이 된 스님이 도반 스님에게 전화를 걸어 저승사자 피할 방도를 물었다.
잠결에 전화를 받은 스님, ‘일단 외국으로 피하는 게 좋겠다’ 고 했다나.
외국으로 나가 저승사자를 피하는데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 닦는다는 수행자에게도 죽음만은 피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다.
부디 다 놓고 떠나시라,며 문상기도를 다녀왔다. 인간의 어리석은 집착은
죽음조차도 갈라 놓을 수 없도록 지독하게 끈질기다.
그대, 말귀는 알아들었는가.  

귀뚜라미며 방울벌레며 풀벌레들이 다투어 우는 까닭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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