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9-21 15:11:35, Hit : 5315, Vote :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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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아이들과 자전거를 탈 때면 가끔 꽁무니에 따라붙는 아이들이 있다.
헬멧이나 장갑 같은 안전장구도 갖추지 않았을 뿐더러 자전거의 변속기는
벌겋게 녹슬어 망가졌고 브레이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폐기직전의
자전거를 탔다. 따라오지 못할 게 뻔하지만 단번에 안 된다고 하지
못하고 먼저 자전거를 손 본 후 시험주행을 시켜본다.
주행거리가 보통 30~40km 정도 되기 때문에 자전거도 문제가 되지만
아이들이 먼 거리를 잘 타는 아이들과 나란히 달려 완주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결국 ‘더 연습해서 다음에 같이 타는 게 좋겠다‘ 고 서운한 얘기를 하게 된다.

중학교 3학년 은정이도 그랬다. 은정이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구멍가게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산다.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을 얕보았던 은정이의 생각이
빗나가기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잘 정비된 자전거에다가 지구력까지 갖춘
아이들이 대단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거기에 비해 은정이의 자전거와 체력은
낙제점이었다.  
그런데 가게 구석에 멀쩡한 자전거 한 대가 눈에 띈다. 할머니께 웬 거냐고 물으니
‘작년에 어디서 경품으로 받은 건데 10만 원만 받고 팔았으면 한다’고 하는 것이다.
할머니의 방은 카운터다. 거기 앉아서 셈도 하고 전기장판이 깔려있어 누우면
방이 된다. 그리고 가게 한쪽에 판넬로 칸막이를 한 어두컴컴한 창고 같은 곳이
은정이의 방이다. 사는 형편이 이런 터여서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라도 팔아 생계에
보태려는 할머니의 속 마음이 안쓰럽다.
은정이에게 새 자전거를 내어 주려는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할머니의 자전거는 내가 샀다. 스님께선 자전거가 있으면서 이런 자전거를
뭣에 쓰겠느냐고, 괜한 말씀 마시라 했지만 다 쓸 데가 있다면서, 자전거를 꺼내 바람도
넣고 안장이며 핸들이며 손을 보고나니 그만하면 쓸만했다.  
은정이를 나오게 해 한 번 타보라고 했더니 씽씽 날아다닌다.

할머니의 새 자전거는 은정이의 한가위 선물이 되었고
은정이보다 내가 더 행복했다.

여러분께서도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사진 / 바닷가에서 만난 행복한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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