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10-12 04:33:55, Hit : 4443, Vote :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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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나간 벌들이 돌아왔다,



벌들이 돌아왔다!

집 나간 벌들이 돌아왔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려 50통의 토종벌통이 빈집이 되었다.
토종꿀을 얻을 마음에 지리산 어디에 직접 트럭을 몰고 가 ‘지리산 토종벌’을
분양받아온 거였다. 토종벌에게 설탕물을 공급한다는 것도 벌을 가지러 간
날 새롭게 안 사실. 주인은 굳이 숨기려했지만 어찌어찌 비밀이
탄로난 것이다.
밀원도 없는 곳에 그렇게 많은 벌통을 놓고 있다는 게 의심의 여지가 되었다.

벌을 가져온 후 시나브로 설탕물 공급을 줄였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끊은 게 화근이었다. 벌들은 자연소멸되거나 벌통을 비우고 모두 산으로
달아났던 것.
지난 해 겨우 살아남은 한 통이 안쓰러워 꿀을 딸 엄두도 못 내고
두었더니 그나마 모두 소멸되고 말았다. 빈집이지만 서운한 마음에
치우지 않았는데 얼마 전 온 손님이 ‘벌도 키우시는군요’ 한다. 그래서
모두 달아났다고 말했지만 손님은 ‘벌이 왔다갔다 한다’고 재차 이른다.
벌통 뒤쪽에 달라붙어 있는 말벌집을 보고 그러나 싶어 신경 안 쓰고
있다가 보니 정말 벌이 드나든다. 토종벌이다.

아이고 신통방통한 녀석들!
벌통 안에 지은 집을 철거하지도 청소하지도 않았는데 옛집을 다시 보수해서
쓰려는 건지 하여튼 경사로다. 꿈 속에서 무슨 숫자가 자꾸 나오기에
복권 한 장 살까 했더니 집 나간 벌이 돌아오려고 그랬나보다.
바닥에는 벌집 부스러기가 산을 이루었다. 짐작대로 헌집을 보수하는
중인 것이다.
바닥에 쌓인 벌집 잔해를 깨끗하게 긁어내고 빗자루로 주변을 청소하고 층층이
쌓인 개개의 통도 반듯하게 놓아주었다.
여왕벌을 데리고 오려고 벌들이 염탐을 온 건 아닌가, 먹이가 없어
다시 달아나기라도 하면 어쩌나 염려가 돼 지난 봄 마을에서
사온 토종꿀을 밥공기에 덜어 놓아주었다. 벌통 안에 얼마나 많은
벌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잠시 후,
벌통 안에서 몇 마리가 나와 살핀 후 순식간에 벌들이 ‘벌떼처럼’ 몰려나왔다.
그리고 반공기 쯤 되는 꿀을 흔적없이 물어나르는데 걸리기 까지는 두 시간이
채 안 걸렸다. 겨울을 앞두고 먹이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겨울에 손님들에게 내놓을 따끈한 꿀물을 벌들에게 모두 내어준다해도
집 나간 벌들이 돌아온 기쁨에 비하면 아까울 일도 아니다. 
벌통 앞에 쪼그리고 앉아, 벌을 친다는 일이 꿀을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애완동물 기르는 것처럼, 화초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겠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
어쩌면 벌들은 자기들이 애써 모아놓은 꿀을 내가 강탈해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돌아온 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중요한 건 벌들이 와서 산다는 것이다.
벌이 돌아온 기념으로 햅쌀로 떡이라도 해 나눠 먹어야겠다.    
(꿀을 놓아줄 때는 나무토막을 함께 넣어주어야 벌이 꿀에 빠져죽지 않고
나무토막에 앉아 꿀을 물어 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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