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10-16 21:36:39, Hit : 4800, Vote :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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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둥지 속에서 번식한 다람쥐.




새둥지 속에서 번식한 다람쥐.

황금들판에 수확이 시작되면 농부들이 분주하고
알밤이며 도토리가 지천으로 떨어지는 뒷동산에는 다람쥐가 분주하다.
굴 속에 양식을 가득 저장해놓은 다람쥐는 단풍이 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따뜻한 굴속에서 칩거하게 된다. 자다가 깨기를 반복하면서 저장해 놓은 먹이로
양식을 삼아 겨울을 나는 것이다.
다람쥐는 대개 땅굴을 파고 살며 번식을 한다. 봄이 되면 굴에서 나와 짝짓기를
하고 한 배에 너댓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한 해 두 번 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벽 기온이 빙점 가깝게 떨어지고 먹이를 먹으러 오는 새들도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관찰은 되지 않았지만 되새 울음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다람쥐가 간간히 등장해
먹이를 가져가는 게 새삼스럽다. 한낮 기온이 영상 20도 이상 올라가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동안거’에 들어가지 않은 다람쥐가 수상쩍다.
양 볼에 가득 먹이를 문 다람쥐가 앞마당 자작나무에 걸어놓은 새둥지로 들어간다.
새둥지 속에서 먹이를 먹으려는 걸까 아니면 저장하려는 걸까,
그런데, 둥지 속에 들어갔던 어미가 밖으로 나왔는데도 둥지 속에 또 다른 다람쥐
얼굴이 슬쩍 보인다. 말을 붙여보고 똑똑 노크를 해봐도 묵묵부답이다.
혹시 다친 다람쥐 가족이 있어 부양하는 건 아닐까. 조심조심 둥지를 내리고
뚜껑을 열었다. 세상에, 가랑잎 속에 새끼다람쥐 세 마리가 빤히 올려다본다.

어미 다람쥐는 인공 새둥지 속에서 새끼를 낳고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
둥지 구멍으로 슬쩍 보이던 녀석은 어미가 아니라 새끼였던 것.
녀석들은 내가 앞마당을 오가는 걸 모두 지켜보았는지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태어난 지 일주일은 됐지 싶게 제법 튼실하게 자랐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둥지 밑에서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을 테고 갖가지 맛난 먹이도 놓아주었을 텐데
눈치 없음을 스스로 책망할 수밖에.
땅굴도 아닌 인공새둥지 속에서 새끼들을 튼실하게 키워낸 어미가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그러나 곧 겨울이 닥칠 텐데, 땅굴이 아닌
새둥지 속에서 새끼들이 계속 지낼 수 있을지 염려다. 추위는 어떻게 할 것이며
어디에 따로 저장해 놓은 먹이는 있는지, 새끼들을 데리고 이소한다고 해도
뒤늦게 땅굴집을 마련하고 먹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날이 따뜻한 오늘은 새끼 다람쥐가 마치 새끼 새들이 이소할 때처럼 입구에
머리를 내밀고 밖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가 아예 밖으로 나와
둥지 위에서 세상 구경도 하고 어미도 기다린다. 인기척이 들리면 잽싸게 둥지
안으로 들어가 반쯤 머리를 내밀고 밖의 동정을 살피는 모습이 누가 뭐래도
귀여운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가는 아기 다람쥐’가 틀림없다.

집 나갔던 벌이 돌아오더니 경사가 겹쳤다.
벌 보살도 다람쥐 보살도 모두모두 행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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