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3-31 21:54:17, Hit : 4918, Vote :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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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피는 꽃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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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피는 꽃이 되라.

봄꽃들이 다투어 피기 시작했다.
노루귀가 피더니 뒤이어 현호색도 꽃망울을 터트렸다. 노루귀나 현호색은
신기하게도 호랑지빠귀가 울 때 약속이나 한 듯 피기 때문에 호랑지빠귀가
울면 꽃이 피었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호랑지빠귀는 겨울을 중국 남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보내다가 번식을 하기 위해 고향을 찾아오는 여름새다.)  
마침 세 분의 신부님이 오셔서 차도 마시고 뒷산 골짜기로 꽃마중도 나갔다.
복수초는 벌써 삼삼오오 황금색 반짝이는 빛을 반사시키며 만개했고 ‘너도바람꽃’도
이곳저곳 무리 지어 피는 중이다. 꽃대를 내민 얼레지도 이삼일 후에는
활짝 필 거 같다.

눈 속에 핀 꽃을 보고 있으니 문득 ‘수행자라면 모름지기 숲 속에 홀로 피는 한 송이
꽃이 되어야 한다’ 는 법정 스님 말씀이 떠오른다. 무리지어 피는 꽃도 아름답지만
홀로 피는 꽃도 아름답다. 소싯적 나는 훗날 나의 별명을 ‘홀로 피는 꽃’으로 해야지
마음 먹기도 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피는 한 송이 들꽃은 경이롭기도 하거니와 깨끗하고 청초하다.
그러나 수행자가 한 송이 들꽃이 되기가 어디 호락호락한 일인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갖가지 장애가 있는 것처럼 산에 사는 수행자에게도 크고 작은 장애가
시시각각 호시탐탐 엄습해 온다. 이렇게 소리없이 다가오는 장애를 어떻게 항복받느냐에
따라 수행자로서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된다.  
나는 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다.

알고지내는 신문사 기자에게 법정 스님의 근영 사진(근래에 촬영된 사진) 중에서
한 점만 보내달라고 부탁하여 법당에 걸었다.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의미도
있지만 스님을 닮고자 했던 터라 한시라도 내가 수행자임을 잊지 않고 분발하기 위함이다.
엊그제는 한 방문자로부터 스님의 두 번째 법문집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선물 받았다. 내 책꽂이에 이 책이 없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책을 가져오는 이도 있고 가깝거나 멀거나 섭생할 것을 가져오고 보내오는
이들이 있어 고맙고도 미안하다.

요 며칠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잦았다.
절대 침몰할 것 같지 않은 해군 함정이 침몰하고 음주운전으로 승합차에 함께 탄
공무원들이 목숨을 잃고 유명 연예인이 제 목숨을 스스로 끊는 등,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의인이 있고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또 남의 목숨을 빼앗는
사람이나 제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있다.
법정 스님은 ‘꽃에게 물어보라’ 고 하셨다.
꽃이 어디 시시비비를 하던가. 꽃은 그저 말없이 피고 질 뿐이다.

한 해가 시작되고 제일 먼저 피는 복수초나 얼레지나 바람꽃은 혹시
먼 우주에서 온 어린왕자는 아닐까. 어쩌다 지구별에 발이 묶인 어린왕자는
땅 속에 숨어 있다가 이른 봄 접시 안테나를 펴고 자기의 영혼과 교신하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진 / 눈 속에 홀로 핀 '너도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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