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4-01 23:54:38, Hit : 4823, Vote :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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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못된 인간이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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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못된 인간이 이랬을까,

점심공양을 하는데 뒷산 골짜기 숲에서 간헐적으로 개 우는 소리가  들린다.
직감적으로 누구네 개가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에 걸린 거라고 판단되었다.
비가 그치면 가봐야지 했다가 고통스럽게 우는 소리가 자꾸 들려 절단기를
들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숲으로 들어갔지만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사람이라면 살려달라고 소리 쳤을 텐데 사람이 설치한 올무에
걸렸다는 걸 아는 짐승이 사람이 접근하는 걸 알고 해코지 할까봐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리라.

밀렵꾼은 올무를 주로 산짐승이 다니는 길목에 설치한다. 아니나 다를까,
산짐승들 다니는 길을 따라 얼마 가지 않아 밀렵꾼이 교묘하게 설치한 올무를
발견했다. 20미터 간격으로 3개의 올무를 수거했다. 능선을 따라 100미터 쯤
더 올라갔을 때 짐작대로 누렁이 한 마리가 올무에 걸린 채 겁에 질려있다.
내가 짚고 있던 지팡이를 몽둥이로 생각했는지 누렁이는 이빨을 드러내며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나는 얼른 지팡이를 내려놓고 해치러 온 게 아니라
구해주러 온 거라고 부드럽게 다독였다. 내 말을 알아들은 누렁이는 절단기로
강철 올무를 끊을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주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멧돼지 한 마리가 허리에 올무를 매단 채 내려와 화단에서
죽은 적이 있다.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절단기로도 쉽게 잘리지 않는 올무가
배배꼬여 끊어졌는데 멧돼지는 복부가 터지고 내장이 밖으로 쏟아진 끔찍한
모습이었다. 밖으로 쏟아진 내장을 질질 끌고 녀석은 살려달라고 사람 가까이
내려온 것이다.
아무래도 암자를 피해 골짜기로 은밀히 드나들던 사람이 의심스럽다. 보통 등산이나
산나물 또는 약초를 캐는 사람은 암자를 가로질러 올라가는데 반해 애초부터
사람 눈에 띄지 않게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사람은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음모를 꾸미려는 게 맞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골짜기에서 굵은 쇠파이프도
발견되었다. 겨울잠을 자는 산개구리를 잡기 위해 커다란 돌을 들어올리는
도구로 쓰였거나 올무에 걸린 야생동물을 공격하는 흉기로 쓰였을 것이다.

올무는 덩치 큰 멧돼지 뿐 아니라 너구리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도
피해를 입는다. ‘별미’를 즐기려는 고약한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수요에
의한 공급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모두 다섯 개의 올무를 더 수거했는데 올무를 설치한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두 개는 절단기로 토막을 내 그 자리에 두고 왔다.  

--여러분이 숲에 들어갈 때는 숲의 ‘손님’ 이 되는 것입니다.
손님으로 온 사람이 마구 떠들고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되는 것처럼 숲에 사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정복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을 배려하면서 성장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훗날 어른이 되어
삶의 질이 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산에 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늘 당부하고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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