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4-04 09:20:50, Hit : 5139, Vote :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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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쟁이 동자童子들과 한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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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동자童子들과 한나절,

마을에 사는 개구쟁이들이 올라와 한나절을 함께 보냈다.
아이들 이름으로 뚝딱뚝딱 새집을 만들고 이름까지 써서 나무에 걸었고
골짜기 산책도 하면서 ‘이건 제비꽃이며 저건 현호색꽃이며 또 이건
노루귀꽃이란다‘ 가르쳐주었다.
나무 구멍에 딱따구리와 동고비와 하늘다람쥐가 산다는 것도 알려주었고
멧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는 곳을 지나갈 때는 어미새가 놀라 날아갈까 싶어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대고 까치발을 하며 조용히 지나갔다.  
사진 찍는 법도 알려주었는데 아이들이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3대1로 칼싸움도 하고 햇볕 좋은 곳에
앉아 기념촬영도 하고 학교 이야기도 하고 친구들 이야기도 하며 깔깔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전거를 타고 온 아이들이 이번에는 자전거를 함께 타자는 바람에
‘어른’ 손님들을 ‘방치’하고 중리저수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오기로 했다.
아이들은 내가 모르는 골목길까지 구석구석 잘도 앞으로 달려 나갔는데
마치 영화 ET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붕붕 날아다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한 녀석은 나하고 자전거를 타는 게 자랑스러운지 굳이 즈이 집에 들렀다가
가자고 하여 아버지에게 나를 소개하기도 했다.

처음 아이들은 내 자전거 타는 솜씨가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나보다.
앞서서 씽씽 달리다가 연신 돌아보며 빨리 오라거나 좀 쉬었다가 가겠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다가 내가 자기들보다 한참 고수라는 걸 알아채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수지에 도착하여 잠시 쉬는데 한 녀석이 진지하게 ‘스님, 순간이동 할 줄 아시죠?’
한다. 헉! 순간이동이라니,
저수지 언덕길은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구간이다.
그런데 자기들이 타고 올라가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가파른 언덕길까지
엉덩이를 들고 쓱쓱 능숙하게 타고 올라가자 아이들은 나를 순간 이동하는
영화 속 아바타 쯤으로 여긴 것이다.

못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실망할 테고, 나는 웃으며
‘순간이동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냐 임마!’ 했더니  
에고, 이 천진불들은 또 그런 줄 안다.
손님들끼리 놀게 하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탄 건 아이들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이 고마워서다. 3학년짜리들이 저희끼리 놀아도 즐거울 텐데
굳이 할아버지뻘인 나하고 자전거를 함께 타자는 게 눈물나게 고맙지 아니한가.
동자童子의 동童은 ‘아직 뿔이 나지 않은 양이나 소 따위’를 뜻한다.
뿔은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공격하고 방어하는 용도로 쓰이는 물건이고 보면
童子가 무슨 뜻인지 여러분은 짐작할 것이다.

--스님, 우리랑 자전거 타러 가요!
하고 우르르 몰려오는 동자보살들이 있어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사진 / 개구쟁이 동자들과 서로 닮은 노루귀꽃.
아이들이 손에 든 건 즉석사진으로 불리는 폴라로이드 사진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진 않겠지만 고물단지 상자에서 찾아내 요즘은 산에 오는
손님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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