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4-25 09:49:07, Hit : 5573, Vote : 1720
 DSC_9559_2.jpg (67.8 KB), Download : 105
 숲이 깨어나고 호랑지빠귀, 되지빠귀가 돌아오다.


.
숲이 깨어났다.

지난 겨울 혹한酷寒 속에서 깊이 잠들었던 숲이 드디어 깨어났다.
겨울철 나무들은 가지가 동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부동액을 만든다고
하지만 더러 움이 트지 않는 가지가 있는 걸 보면 지난 겨울 추위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한편으로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버리는 것처럼
추위를 핑계 삼아 웃자란 가지를 솎아내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남쪽에서는 이미 져버린 매화가 ‘나의 비밀의 정원’ 에서는 이제야 피기 시작했다.
홍매화는 아직도 잠을 자는 중이다. 벚나무는 꽃을 피우는 대신 잎을 먼저 내밀었다.
작년에 풍성한 열매를 맺어 새들을 즐겁게 하더니 올해는 해거리를 하는 모양이다.
잿빛 숲에 하얗게 핀 벚꽃은 얼마나 운치가 있는가. 벚꽃 피기를 잔뜩 기대했는데
남쪽에서 본 것으로 만족해야할 거 같다.

가지의 반이 얼어 죽은 진달래도 가까스로 꽃을 피웠고 튼실한 열매가 무수히
열리는 개량보리수가 그 중 먼저 연두색 움을 틔웠다.
며칠 새 성큼 자란 금낭화가 꽃을 매달기 시작했고 원추리와 비비추도 한뼘이나
자랐다. 노루귀와 너도바람꽃이 피고 진 자리에는 노란 피나물꽃이 만개했고
제비꽃, 별꽃이 한창이다. 무리지어 나는 꽃다지는 일찌감치 대지를 점령해버렸다.
취나물과 더덕도 새순을 내밀었지만 엄동설한을 견디고 나온 터라 선뜻 뜯어
먹지 못한다. 좀 더 풍성해지면 손님맞이로 내놔야겠다.

쇠딱따구리는 벌써 보름 넘게 나무를 쪼고 있다. 둥지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앞마당 자작나무에 걸린 인공둥지에 곤줄박이가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아
살짝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았더니 포란 중이던 녀석이 빤히 올려다본다.
좀 이른 듯 싶지만 두 주일쯤 지나면 어린새가 태어날 테고 그 때쯤이면
나무들 잎이 무성해져 어린새가 먹을 수 있는 벌레가 많다는 것을 어미새는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어미새의 계산능력이 나보다 월등하다.
법당 안에 걸어 둔 인공둥지에도 곤줄박이 한 쌍이 번식을 중비 중이다.

3월 16일 호랑지빠귀 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4월 22일 아침에는 되지빠귀의 청아한
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휘파람으로 되지빠귀와 우는 소리를 흉내내며
아침 산책을 하는데 오늘은 녀석이 어디 따라해보라는 뜻인지 고난도의 울음소리를
내며 나를 놀린다. 여름에 우는 새 중에서 되지빠귀의 울음소리를 당할 녀석은
없을 것이다. 4월 23일에는 벙어리뻐꾸기 울음소리도 들었다.  
새들의 둥지 다툼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며칠은 인공둥지 만들기로 바쁘겠다.

사진 / 피나물꽃.





1127   도연암 토끼들의 망중한,  도연 2010/06/06 4623 1204
1126   새들이 숲으로 돌아갔다,  도연 2010/06/04 4122 1100
1125   햇살 너무 좋다,  도연 2010/06/01 4832 1222
1124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원만히 마쳤습니다.  도연 2010/05/23 4793 1217
1123   듣기 좋은 소리,  도연 2010/05/19 4628 1120
1122   H 씨와 업둥이 부처님과 산삼,  도연 2010/05/12 5061 1056
1121   얄미운 다람쥐 녀석, 어찌되었을까,  도연 2010/05/07 5548 1434
1120   다람쥐에게 소리 지르는 오색딱따구리,  도연 2010/05/06 4629 1195
1119   아침마다 눈 맞출 녀석이 사라졌네,  도연 2010/05/05 4709 1378
1118   꽃 피고 새들 돌아오고,  도연 2010/05/04 4202 1130
1117   다람쥐 경계령  도연 2010/04/28 4246 1223
  숲이 깨어나고 호랑지빠귀, 되지빠귀가 돌아오다.  도연 2010/04/25 5573 1720
1115   믿지 않는 사람의 믿음이 더 크다...?  도연 2010/04/16 4490 1022
1114   교회 다니는 H씨,  도연 2010/04/13 4620 1108
1113   문득 청송 주산지가 그립다,  도연 2010/04/13 4531 1204
1112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도연 2010/04/10 5498 1587
1111   사람들 참 말도 많다,  도연 2010/04/07 4241 1158
1110   개구쟁이 동자童子들과 한나절,  도연 2010/04/04 4903 1299
1109   어느 못된 인간이 이랬을까,  도연 2010/04/01 4823 1305
1108   홀로 피는 꽃이 되라,  도연 2010/03/31 4807 1238
1107   금방 꽃내음을 풍길 것이다,  도연 2010/03/25 5360 1735
1106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이별은 말고,  도연 2010/03/22 4945 1188
1105   누가 부처인가,  도연 2010/03/19 5292 1698
1104   새들이 바빠졌다,  도연 2010/03/17 5070 1356
1103     동시에 등장한 쇠딱따구리 한 쌍.  도연 2010/03/17 4409 1222
1102   경건한 책 읽기  도연 2010/03/15 4786 1209
1101   우편배달부 H 씨.  도연 2010/03/15 4749 1169
1100   1인용 전기장판 하나로 버텼더니,  도연 2010/03/14 5100 1375
1099   천진불을 친견하다,  도연 2010/03/14 4526 1123
1098   스님, 어디쯤 가고 계십니까.  도연 2010/03/12 4530 1228

[이전 20개] [1].. 21 [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58] [다음 20개]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