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5-12 01:00:04, Hit : 5083, Vote :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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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 씨와 업둥이 부처님과 산삼,



H 씨와 업둥이 부처님과 산삼,

지난 겨울, 잠결에 돌부처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눔아! 죽기 싫으면 얼른 일어나!!
‘또’ 뭔 일일까 싶어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연탄가스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람, 문을 모두 열고 환기를 시킨 다음 나가봤더니
연탄난로가 사고를 친 것이다. 겨우내 연탄가스에 삭은 연통이 반으로 꺾여
반은 안으로 반은 바깥으로 넘어간 상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늘 연탄을 갈았으니
연탄가스 배출량도 최대치였겠고, 잠귀가 어두웠다면 시커먼 옷 입은 사람들과
어디쯤 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H 씨가 업어온 불상을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궁리 끝에 물 끌어다 쓰는
계곡 샘터지킴이 역할을 하게 했다. 그런데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잘 있나’ 샘터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엊그제 의정부 불교용품점에 연등을 사러 나갔다가 거기 종업원과 무슨 말을
주고받는데, 그가 ‘부처님을 함부로 방치하면 안 된다’고 이른다.
그와 샘터지킴이 불상에 대해 얘기한 것도 아니었고 그는 분명 다른 말을 하고 있었는데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는 것이다. FRP 재료로 만들어진 업둥이 불상이 갑자기
‘부처님’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산에 도착하자마자 샘터로 내려갔다. 커다란 바위 위에 올려놓은 불상과
눈을 맞추고 섰는데 웬일인지 낯설지도 않고 남 같지도 않다. 여기저기 먼지가
조금 묻어 있었지만 금빛 찬란하기는 변함이 없다.
법당으로 ‘모셔놓고’ 향초를 올린 후 삼배, 그제야 큰 짐을 던 듯 하다.
이 또한 지나칠 수 없는 인연이리라.

낮에 불상을 업어왔던 H 씨에게서 보여드릴 게 있다며 전화가 왔다.
나도 H 씨에게 보여줄 게 있으니 얼른 와보라고 일렀다. H 씨는 검은 봉투
하나를 들고 왔는데 뒷산 골짜기에 올라갔다가 산삼을 네 뿌리나 캤다는 것이다.
나는 마치 내가 산삼을 캐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하며 ‘산삼 캐게 된 게 우연은
아닌가보다’며 불단을 가리켰다.
금빛 찬란한 업둥이 부처님을 본 H 씨가 환하게 웃는다.
마침 일곱 분의 신도님들이 와 있었는데 업둥이 부처님의 주인공이라 전해 듣고
착한 일을 하더니 결국 좋은 일이 생겼다며 박수를 쳐 주었다.  
H 씨는 부득부득 필요한 데 쓰시라며 서른 살 쯤 되는 산삼 한 뿌리를 시주했고
앞마당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금세 나머지를 모두 팔았다며 또 좋아한다.
시주 받은 산삼 한 뿌리는 ‘나의 비밀의 정원’ 에 조심스레 심어 두었다.
  
숲으로 돌아간 다람쥐 한 마디,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이 너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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