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0-05-19 14:29:38, Hit : 4627, Vote :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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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기 좋은 소리,


.
듣기 좋은 소리.

딱히 새둥지라고 못 박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람쥐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도 내걸지 않았으니 다람쥐가 휴게소로 이용을 하던 놀이터로 이용을 하던
탓할 일도 못 된다. 그러나 내심 멀리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겨울을 나고 돌아온
예쁜 ‘흰눈섭황금새’가 둥지를 틀었으면 했으니 이렇게 둥지를 차지하고 있는
다람쥐가 한편으로는 얄밉기도 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허드레 물건들을 ‘처박아 놓는’ 헛간만 빼놓고는
어지간히 청소와 정리를 마쳤다. 살다보니 켜켜이 묵은 때가 쌓이는 건 산이라고
다를 게 없다. 큰길에서부터 법당이며 연등도 걸렸다. 쉬는 날 쉬지도 못하고
오셔서 도와주신 분들, 거의 매일 끼니를 챙겨주신 분 등등 두루두루 애쓰셨고
고맙다. 덕분에 ‘나의 비밀의 정원’ 이 훤해졌다.

매발톱꽃도 일제히 피기 시작했다. 사라졌나 싶었던 삼지구엽초도 가만히 꽃을
피웠다. 취나물이며 더덕이며 달래며 산나물도 우후죽순처럼 돋아 반찬도 해 먹고
부침가루에 버무려 부쳐 먹어도 좋다.
새들도 경쟁하듯 번식을 시작했다.
법당 안에 걸어둔 둥지에서도 ‘이상징후’가 발견된다.
지난 겨울 추위를 피해 법당으로 들어왔다가 아예 눌러 사는 곤줄박이를 위해
둥지를 걸어주었는데 진득하게 알을 품고 있더니 드디어 새 생명이 태어난
것이다. 어미새가 둥지 구멍에 매달려 안에 대고 조잘거린다.
어린 새끼에게 말을 걸며 세상에 나온 걸 축하한다는 뜻이렷다.
둥지에 바짝 귀를 대고 엿들으니 안에서 가냘프지만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린다.

둥지가 걸린 나무 밑에서도 ‘기분 좋은 소리’ 가 들린다.
어린새들이 먹이를 보채는 소리다. 어린새들은 어미가 먹이를 물고 가지에 앉는
순간의 아주 작은 흔들림을 감지하고 어미가 왔음을 알아챈다. 알에서 깬지 3일 까지는
내가 내는 소리에도 입을 벌리며 보채던 녀석들이 3일이 지나면 눈치가 빤해져
제 어미가 아니라는 걸 알고 죽은 듯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교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뭔가에 광분한 사람들처럼 손뼉을 치며 악을 쓰고
찬송가를 부르는데 그 모양이 얼마나 경망스러운지 내가 다 민망스럽다.
부드럽고 성스럽게 부르는 성가는 얼마나 듣기 좋고 아름다운가.
부처님 오신 날 어느 절에 일보러 갔을 때인데 하필이면 교회 사람들이 절 밑으로
야유회를 와 고래고래 찬송가를 불러대던 광경을 목도한 일도 있다.
그러나,
아아, 교회 사람들이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러 왔구나, 싶으면 된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그레고리 펙’의 부탁으로 총을 메고 ‘오드리 헵번’의
방문 앞을 지키던 늙은 셋집 주인처럼 나도 오락가락 반나절을 연등 지키느라 소비했다.
지난해에 찬송가를 부르며 축하공연을 왔던 사람들이 내려가면서 연등을 모조리 떼
개천에 던져 버리는 ‘퍼포먼스’를 했기 때문이다.)

새들이 모두 돌아왔다.
되지빠귀를 선두로 흰눈섭황금새, 벙어리뻐꾸기, 유리새, 꾀꼬리, 검은등뻐꾸기, 파랑새,
속독새, 뻐꾸기, 호반새, 후투티 등등 거의 모든 새들이 고향을 찾아와 번식을 준비 중이다.
새벽부터 새들이 한꺼번에 울어도 새들 울음소리는 제각각 검색된다.
참 듣기 좋은 소리다.
바람소리에 실려 오는 듣기 좋은 소리는 세포 구석구석 스며들어 내 영혼을 맑히기에
충분하다. 그 어떤 음악도 숲이 들려주는 소리를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듣기 좋은 소리,
나는 세상을 향해 듣기 좋은 소리는 하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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