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03-10-19 20:05:11, Hit : 6497, Vote :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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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아달아 밝은 달아.../ 망원렌즈로 찍은 달



달아달아 밝은 달아.

오늘 달은 새벽 다섯 시에 정수리에 떠 있더니 한낮에는 뒷산마루에 간신히 걸려있다
도회지에서도 낮에 뜬 달을 볼 수 있을까, 커다랗게 걸려있는 낮달을 보니 새삼 신비롭다.
태고적부터 달을 두고 노래했고 달을 통해서 사모하는 사람을 그리워했고
달을 두고 맹세를 하거나 꿈을 키우며 어린 시적을 보내기도 한다. 내게도 그리운 사람이
있어 달을 쳐다보며 그니도 달을 보고나 있을까 생각에 잠긴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을 때다. 어머니와 시골길을 걷는데 '얘야, 달은 늘 그자리구나'
하신다. 달이 늘 그자리에 있는 이유를 어린 내가 설명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훗날 생각해보니
어머니도 참 싯적인 감성을 가지셨구나 싶었다.

홍수로 사당동 일대가 잠기자 용산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사당동까지밖에 가지 않았고, 나는
사당동에서 과천까지 몇 날을 걸어다녀야했다. 어떤 날은 같이 걸어갈 학생이 없어 버스를 타고
영등포 안양을 거쳐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안 계셨다. 한참 후 달이 훤하게 떠서야  어머니는
돌아오셨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를 마중하기 위해 과천에서 남태령고갯마루까지 시오리길을
나오셨다가 헛걸음을 하시고 돌아오신 거였다.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미안하던지 '앞으론 마중
나오지 마세요' 했더니 '그냥 나가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신다.
그 때 어머니의 나이는 60 이었을까 그렇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달 속에 계수나무 밖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고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내 나이가 어머니가 나를 낳으신 나이에서 5년이나 지났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도 모르게
달아달아 밝은 달아, 툭하면 입에 달고 다닌다.

어머니를 속상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던가. 어느날 어머니가 저녁이 늦었는데도 안 들어오신다.
가실만한 집에는 다 가봐도 안 계시다. 혹시나 싶어 개울건너 낭떠러지기에 계신 건 아닐까
가봤더니 거기 망연히 앉아계셨다.
'엄마, 그만 들어가세요' 하는 것으로 잘못했다는 말을 대신하고 어머니와 나는 어둑한
오솔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도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요즘은 그리운 사람도 참 많다.

사진 / 니콘 AF 600 미리 + 2x 컨버터. F5. 삼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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