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4-04-07 00:16:42, Hit : 3301, Vote : 1007
 http://hellonetizen.com
 위장텐트 명상.


위장텐트 명상.

그러니까, 내가 조류 촬영을 위해 위장막 속에 들어가 있으면
어떤 사람들은 ‘그래봐야 새들이 다 알고 있다’며 소용없는 짓이라고
말합니다. 새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로 위장텐트를 치지만
또 하나 세상과 독립되고 고립된 것 같은 위장막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내가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얇은 천 하나로 가려졌지만 위장막 속에 앉아있으면
이상하게 편안해집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할 때 아무도 찾지 못할 장소에
숨은 것처럼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의 시선이 차단되었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입니다.
흥미로운 건 숲은 분명히 나를 보고 있는데 나는 위장막 틈새로
숲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내가 관찰하는 대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아주 편안한 명상에 빠져든다는 걸
알았습니다. 명상은 무심無心을 말하며 무심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무의식은 생각 자체를 쉬는 것입니다.
생각을 쉬면 살면서 쌓인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명상은 앉아서도 하지만 걸으면서도 하고 달리면서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도 하고 등산을 하면서도 하고 일을 하면서도 합니다.
명상은 땀을 흠뻑 흘리는 것과 같습니다. 당연히 건강에 좋겠지요?
나는 새를 관찰한다는 핑계를 대다가 언제부턴가는 숲에 위장막을
치고 가만히 앉아있는 걸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즐기는 게
아까워 여러 개의 위장막을 준비해 가끔은 사람들과 그 시간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명상은 연필 스케치를 통해서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수도 없이 금을 긋다보면 무아의 경지에 빠지게 되니까요. 반야심경
첫 귀절에 명상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답니다.
팔만사천(많다는 뜻) 법문을 압축해 놓은 반야심경은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조견오온개공도...하고 시작하는데,
관자재보살(세상을 손바닥 보듯하는 존재)이 깊은 반야의 세계로 들어가
안이비설신의 미색성향미촉법 모든 것을 들여다보니 모든 것이
공함을 깨달았다, 고 시작합니다. 반야심경은 방대한 법문을 압축해 놓은
거라서 평생을 봐도 깨달을까 말까 할 만큼 어렵지만 재미도 있습니다.
아무튼 종교를 떠나서 심오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반야심경을 한번쯤
공부해보는 것도 세상 이치를 깨닫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각각의 위장막에 들어가 숲에서 침묵의 시간을 보내는 건
색다른 경험이 분명합니다. 갖가지 새들이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눈앞에서 재롱을 떠는 건 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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