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4-04-16 22:40:53, Hit : 4166, Vote :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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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구나, 삼지구엽초 꽃이 피었습니다.



반갑구나, 삼지구엽초.

앞마당 한쪽에 삼지구엽초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마치 잊고 있었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봄가뭄이 심해 땅이 푸석푸석한데도 용하게 꽃을 피운 것입니다.
가끔 삼지구엽초처럼 시나브로 찾아오는 친구(도반)들이
있습니다. 인기척이 나서 내다보면 어느새 왔는지 앞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앙증맞게 핀 제비꽃이며 민들레꽃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어, 왔구나.
--어, 왔어요?
--어, 오셨군요?
이렇게 슬그머니 오는 사람들은 대개 식물을 경이롭게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는 얼른 삼지구엽초꽃이 피었다고 자랑합니다.
근처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라도 앞마당 한쪽에서 보는 느낌은
또 다릅니다.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가족 같은 느낌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히 지난 봄에는 두어 포기밖에 없었는데 여러 포기가 난 걸 보면
녀석들은 겨울에도 열심히 뿌리번식을 시도한 거 같습니다.

얘네들도 엊그제 얘기한 각시붓꽃처럼 꽃이 줄기 중간에 핍니다.
색깔 좀 보세요, 연미색 꽃잎은 이제 막 화장을 하기 시작한 수줍은
여고생 얼굴 같고 붉은 꽃받침은 입술연지를 연상하기에 충분하지 않나요?
또 한가지 흥미로운 건 꽃잎이 얼레지처럼 뒤로 젖혀졌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꽃잎이 앞으로 향했다면 곤충들이 착륙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지요.

나는 얼른 물을 두 통이나 길어다가 천천히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푸석하게 가문 땅에 물이 게눈 감추듯 흡수됩니다. 갈증이 심할 때 냉수
한 사발을 들이키는 기분, 아마 이 녀석도 그랬을 거 같은데 맞겠지요?
삼지구엽초는 이름 그대로 세 개의 가지에 아홉 개의 잎이 매달렸다고
삼지구엽초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너도바람꽃, 금강애기나리 등처럼
예쁜 이름은 아니고 너무 직설적인 이름입니다. 그래도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삼지구엽초가 낭성들 정기에 좋다니 혹시나 나 없는 새에
모조리 뜯어갈까 염려스럽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총을 메고 오드리 헵번 문 앞을 지키는 주인집 남자처럼 작대기를 메고
오락가락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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