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4-02-13 20:41:51, Hit : 3861, Vote : 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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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기쁨을 나누는 새들.



봄의 기쁨을 나누는 새들.

철없는 사람들(?)은 눈이 내리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출근길이 걱정되고 퇴근길이 걱정되지만 하얗게 쌓이는
눈은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마력을 가졌습니다.
내린 눈을 가만히 놓아두는 것도 보기에 좋습니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들 생각에 애면글면 눈길을 틀 수 밖에 없습니다.
날씨가 포근할 때 내리는 눈은 습기를 많이 먹고 있어 무거워
쓸어내는 것도 힘이 듭니다.
또 추울 때 내리는 눈은 쉽게 녹지 않아서 여러 사람을 애먹이니
이래저래 눈이 많이 내리면 성가신 일이 많습니다.  

강릉에는 역사에도 없는 눈폭탄이 1미터도 넘게 내려 피해가 속출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는다지요. 중장비를 동원하고 병사들도
동원하여 길을 트는 중에도 또 눈이 내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된 모양입니다. 동장군이 뭣 때문에 화가 났는지 어디 화풀이할 데가
없어서 심술을 부리나봅니다.      

눈이 쌓이면 숲에서 사는 새들이 빠짐없이 먹이터로 모여듭니다.
박새,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꿩, 어치, 콩새, 노랑턱멧새,
참새, 되새, 까치, 까마귀, 동고비, 어치, 물까치,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굴뚝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딱새, 멧비둘기 그리고 이들을
노리는 새매, 참매가 있고 이따금 출몰하는 들쥐를 잡기 위해 황조롱이와
말똥가리, 수리부엉이도 있습니다.
포유류로는 족제비, 너구리, 멧돼지, 오소리가 있습니다.

먹이터가 고요하면 새매가 소나무에 숨어있다는 뜻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먹이를 먹던 직박구리를 새매가 덮쳤습니다.
그러나 직박구리가 한 템포 빨랐습니다. 새매가 총알처럼
날아오자 다른 직박구리가 위험하다고 소리를 질렀기 때문입니다.
표적을 맞추지 못한 새매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만 유리창과
충돌했습니다. 직박구리도 놀라고 새매도 놀라고 나는 더 놀랐습니다.
눈밝다는 새매도 가끔은 이렇게 실수를 합니다. 다행히 녀석은
나뭇가지에 앉아 정신을 추스르다가 머쓱한 표정을 짓고 날아갔습니다.

최근에는 색다른 녀석도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골짜기
오동나무 군락지에 사는 까막딱따구리입니다. 녀석은 자존심이 강한 건지
아니면 부끄럼을 많이 타는 건지 선뜻 내려오지는 못하지만
머잖아 오색딱따구리나 청딱따구리와 나란히 먹이를 먹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찔레나무 열매를 먹기 위해 드나들던 노랑지빠귀는 내가 지나가면
나무 꼭대기로 잠시 피했다가 금세 다시 내려옵니다. 겨울철새이면서
멀리 달아나지 않는 걸 보면 녀석은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중간쯤 자란 도란이 한 마리는 앞마당 탁자 밑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인기척을 느끼면 슬그머니 안 보이는 곳으로 숨었다가 다시 옵니다.
어미 한 녀석은 창문밖에 놓아준 먹이를 먹습니다. 엊그제 눈이 펑펑
내릴 때는 눈송이 같은 미국쑥부쟁이 마른꽃을 따먹고 있었습니다.
옥수수 사료가 떨어져 주지 못했기 때문인데 너무 미안했습니다.
  
새들 울음소리가 매끄럽습니다.
눈길을 헤치고 봄이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다는 걸 새들이 먼저
알아채고 웁니다. 새들은 오월이면 합창을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웁니다.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의 노래, 봄이 오고 있어 흥겨운
노래, 친구들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는 노래일 텐데 사람이 노래하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바깥에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새를 찍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때는 인기척이 들린 것도 같은데 조용합니다. 살짝 엿보았더니
방문자는 한쪽에 가만히 앉아 먹이터에 오가는 새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그냥 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새들은 이렇게 기쁨을 주고 있군요.
올봄,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쁨을 나눌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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